코로나 시대의 효도[횡설수설/우경임]

우경임 논설위원 입력 2020-05-08 03:00수정 2020-05-08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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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료원에 두 달 넘게 입원 중인 104세 최모 할머니는 국내 최고령 코로나19 확진 환자다. 어제 최 할머니의 가슴에는 붉은색 카네이션이 곱게 달렸다. 가족들과 만날 수 없어 쓸쓸히 어버이날을 보낼 할머니를 위해 의료진이 달아드렸다. 혹시라도 외로움과 상심이 깊어져 최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될까 준비한 것이다. “고맙습니다.” 다행히 최 할머니는 두 손을 모아 인사하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전국의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오매불망 자식들 보기만을 기다리는 어르신이 많다. 6일부터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됐음에도 고위험군인 어르신과 기저질환자가 밀집한 생활을 하는 요양병원·요양시설은 아직 외부인에게 문을 열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올해는 면회를 자제하고 영상통화로 안부를 살피는 게 좋겠다”고 권고하고 있다. 자식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요양병원·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다수 발생했고, 고령일수록 치명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면회를 허용하기가 조심스럽다. 최 할머니 역시 요양시설 내 집단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부 시설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거나, 야외에 비닐 천막을 설치해 면회를 하도록 한다. 동영상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내주거나 어버이날 당일 예약시간을 정해두고 화상통화를 연결해 주는 곳도 있다.


▷자식들이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은 코로나로 격리되거나 면회가 금지돼 임종을 지키지 못할 경우다. 특히 확진 환자는 감염 우려가 있어 화장이 끝나고 한 줌의 재로 만나게 된다. 작별 인사를 나눌 기회도 없이 허망하게 떠나보낸다면 그 상실감이야 이루 말하기 어려울 터다. 이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음압병실을 임종실로 만들어 가족 중 1명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도록 했다. 화장 순서가 밀려 있거나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을 치르는 해외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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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던 지난달 주말, 옆집 노부부 댁에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아들이 ‘딩동’ 벨을 누르고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봤다. 버선발로 뛰어나온 할머니는 아파트 복도 창밖을 내다보며 장성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주위에선 ‘대구에 계신 부모님께 매일 새벽배송 업체를 통해 음식 재료를 배달시켰다’ ‘요구르트를 정기 배달시키고 안부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등 코로나 효도법이 공유된다.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어느 시대든 효도는 충분치 못하고 자식들의 가슴은 후회로 차오르기 마련인데, 코로나 시대는 효도의 법칙마저 바꿔버렸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코로나19#어버이날#요양병원#면회 금지#사회적 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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