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2번 통계기준 바꿔… 과거와 비교도 못하는 통계 낸 정부

세종=송충현 기자 , 남건우 기자 입력 2020-05-08 03:00수정 2020-05-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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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계소비 7년만에 최저치… 소주성 정책에도 2년 연속 줄자
통계청 “단순 시계열 비교 어렵다”… 與 “소주성 효과 확인해야” 주장에
2년전에도 표본 늘렸다 지표 악화… 통계청장 경질한뒤 표본 재수정
“오락가락 통계, 불신 자초” 지적… 전문가 “이전 방식과 병행했어야”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이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통계가 나왔다.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은 7일 자료를 내면서 “표본이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 연도와 시계열 비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통계청이 과거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반쪽 통계’를 발표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국가 공식 통계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 “조사 방법 다르니 과거와 비교 말라”는 통계청



7일 통계청은 ‘2019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서 지난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이 전년 대비 8만1000원 줄어든 245만7000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은 2년 연속 감소해 2012년(245만7000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통계청은 “지출 조사 표본을 7200가구로 늘렸기 때문에 과거와 직접 비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표본을 구성하는 연령대별 비중 등이 달라져 시계열 분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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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의 표본을 여러 차례 바꿨다. 당초 통계청은 응답률이 낮다는 이유로 2017년을 끝으로 소득 부문 조사를 폐지하고 이를 ‘가계금융복지조사’로 통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옴에 따라 2018년에 소득 조사를 계속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5500가구였던 표본을 오히려 8000가구로 늘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고령층이 표본에 대거 유입되면서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됐고, 정부 여당에선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는 주장이 나오며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이 논란 끝에 교체됐다. 이후 강신욱 현 청장은 지출 조사 표본을 7200가구로 늘리고 이 중 60대 이상의 비중을 낮추는 식으로 통계 표본을 다시 짰다.

결국 정부는 가계동향조사라는 주요 통계의 집계방식을 3년 새 두 번이나 바꾸면서 시계열 비교를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정권에 유리하게 통계 기준을 이리저리 바꾼 결과”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 병행조사 등 대안 마련했어야 지적

‘반쪽 통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는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36.4%)이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당시에도 강 청장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설문 문항이 바뀌었기 때문에 올해 조사 결과를 전년도와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가 통계 기준을 자의적으로 계속 바꾸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조사 방식이 바뀌어 시계열 단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새 방식으로 조사를 하면서 동시에 과거 방식의 조사를 한시적으로 병행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전 통계청장)는 “통계청이 표본을 재설계하며 2018년에 겪었던 논란이 예상됐다면 시계열 분석이 가능하도록 표본을 정교하게 짰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계청은 “병행 조사를 하려면 5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앞으로 연구 용역을 맡겨 시계열을 비교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남건우 기자
#통계청#소득주도성장#가계동향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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