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야구는 야구다 VS 고급야구는 따로 있다?

스포츠동아 입력 2020-05-08 05:30수정 2020-05-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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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KBO리그가 중계되면서 ‘고급야구’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주관적 해석에 따른 것일 뿐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긴 쉽지 않다. 사진은 LG 류중일 감독(왼쪽)-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야구의 본고장으로 KBO리그가 수출되면서 요즘 ‘고급야구’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지구상 최고 수준의 메이저리그(ML)를 시청해온 미국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KBO리그 선수들이 더 멋진 플레이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소리로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어떻게 해야 누구로부터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인지 궁금하다.

2007년 LG 트윈스에서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했던 이병규와 올해 ML 내셔널리그 LA 다저스에서 아메리칸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팀과 리그를 옮긴 류현진, SK 와이번스에서 KBO리그에 데뷔한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핀토가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공통으로 했던 말이 있다. 바로 “야구는 어디서든 똑같다”는 것이다.


팬들보다 당연히 야구에 대한 식견이 높은 선수들은 “같다”고 말하는데, “고급야구와 수준이 떨어지는 야구를 구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는지 궁금하다. 5~7일 잠실에서 개막 3연전을 치른 LG 류중일,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에게 고급야구의 기준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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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였고, 수비와 주루 전문가인 류 감독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바탕으로 고급야구의 기준을 설명했다. 먼저 베이스러닝 등에서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5일 경기 도중 몇 차례 드러난 LG의 베이스러닝 실수는 아쉬웠다. 8회말 김현수가 홈에서 아웃된 장면이 특히 그렇다. 스킵 동작 때 판단이 늦었다.

류 감독은 외야수의 중계플레이와 내야수의 예측플레이도 중요한 기준으로 언급했다. 류 감독은 “나이스 플레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았던 5일 경기 4회초 정근우의 다이빙캐치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다. 내야수는 먼저 발을 움직여 편한 자세로 정면에서 공을 잡아야 고급야구라고 설명했다. “잘하는 내야수는 포수의 사인과 우리 투수가 던지는 공의 궤적, 타자의 스윙을 보고 한 발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러면 확률상 더 편한 위치에서 쉽게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수 출신 김 감독은 평소 성격대로 “고급야구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감독의 목표는 상대 구단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80여명의 선수를 이용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 이기는 것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지, 야구가 고급이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6일 잠실경기가 ESPN을 통해 중계된 것에 대해서도 “그쪽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야구를 할 뿐이다. 정말 고급야구를 원한다면 우리도 1000억 원씩 써서 좋은 선수를 많이 데려오면 된다. 야구의 수준은 경기를 지켜본 관중과 시청자가 평가하는 것이지 감독이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6일 두산은 3회초 최주환의 2점 홈런을 앞세워 5-2로 이겼다. 2루수인 최주환은 5회말 오지환의 강한 타구를 점프하며 잡아내 눈길을 끌었다. 반면 6회말에는 실책을 범했다. 과연 최주환은 6일 경기에서 고급야구를 했을까. 판단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자신이 아는 만큼, 평소 야구를 대하는 태도만큼만 보이고 해석되는 것이 야구다.

잠실|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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