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학습꾸러미’ 너무 어려워…‘부모 숙제’ 가능성 높아”

뉴스1 입력 2020-05-07 15:04수정 2020-05-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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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분석한 한 학교의 초등학교 1학년용 ‘학습꾸러미’. 첫 날부터 ‘자기 이름 쓰기’ 등 과제를 제시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뉴스1
초등학교 저학년은 온라인 개학 이후 가정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학교에서 나눠 준 가정 학습 자료인 ‘학습꾸러미’를 푸는 것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 대상 학습꾸러미에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공부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긴 경우가 있어 ‘부모 숙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시민들로부터 제공받아 초등학교들의 1학년용 학습꾸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글’과 ‘수’에 대한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스스로 학습하기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사걱세에 따르면 A초등학교의 수업 첫째날 학습꾸러미에는 ‘자기 이름 쓰기’ 과제가 포함됐다. 셋째날에는 ‘부모님 성함 쓰기’와 함께 ‘필통’ ‘가방’ ‘연필’ ‘가위’ 등 단어를 그림과 예문을 보고 따라 쓰는 과제가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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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초등학교의 경우 수업 1~2일차에 한글 자음 읽기 수업을 하고서 모음 읽기 수업 없이 3일차에 바로 ‘도토리’ ‘다람쥐’ ‘돼지’ 등 단어 읽기 과제를 줬다. ‘ㄱㅂ’ 등 초성을 보고서 ‘가방’ ‘공부’ 같은 단어를 연상해 적게하는 활동도 포함됐다.

사걱세는 “한글 문자 교육이 학습과정에서 시작되지 않았음는데도 읽기와 쓰기를 당연하게 요구한다”며 “한글의 자음 학습조차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2음절 이상의 단어 읽기·쓰기’ ‘추론적 사고 후 이유를 문장으로 적기’ 등 활동을 하라는 것은 입학 전 선행학습을 했다는 전제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습 연령에 맞지 않는 난이도의 활동을 제시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자녀 입학 전 한글 선행 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며 “학생 혼자 소화해낼 수 없을 만큼 분량이 방대하거나 너무 어려운 과제는 결국 ‘부모 숙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사걱세에 따르면 수 학습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C학교의 경우 첫째날 1부터 9까지 숫자를 3번씩 반복해서 쓰고 이를 다시 한글로 옮겨 적는 과제를 줬다. 교육과정 상으로는 ‘ㄱ’ ‘ㄴ’ 등 자음도 알지 못하는 초등학교 신입생이 ‘여덟’ 등 겹받침이 있는 단어까지 쓰기 연습을 하게 한 것이다.

사걱세는 “초등학교 1학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생활 혹은 실물과 연계해 다양한 활동에 접목하는 활동은 철저히 배제된 채 수 개념을 학습으로만 접근하는 방식은 이해와 흥미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국어 교육과정과 수학 및 타 교과와의 교육과정의 연계성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오래 지적됐는데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난 2018년 발표한 ‘한글책임교육 학부모 인식 변화’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교육을 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90%에 달했다. ‘취학 전 한글 가르치는 이유’로는 ‘적응을 위해서’가 41.3%로 1위를 차지했다. 절반 가까운 학부모가 한글 선행학습을 시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부터 ‘한글책임교육’ 제도를 시행해 초등학교 1학년의 한글교육 시간을 기존 27시간에서 68시간으로 늘리고, 1학년 1학기에만 51차시의 한글교육 수업을 배치하는 등 한글 선행 학습 방지를 위한 방안을 내놨지만, ‘한글책임교육이 실현되고 있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전체의 64.7%에 불과했다.

사걱세는 “현재 시행되는 온라인 개학 활동은 등교하지 않더라도 수업시수로 인정되는 엄연한 정규수업”이라며 “학습꾸러미가 학생과 학부모들로 하여금 한글과 수 학습에 대한 불안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각 학교의 학습꾸러미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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