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장례 대신 입국한 샘슨, 별장 수소문한 롯데…이것이 원 팀!

최익래 기자 입력 2020-05-07 11:00수정 2020-05-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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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원 팀(One Team)’. 단어 그대로 팀 전체가 하나로 뭉치는 이상적 지향점이다. 수년 전부터 KBO리그 감독과 프런트는 어떠한 상황에든 ‘원 팀’을 언급하고 있다. 활발한 소통, 공평한 기회 등으로 팀을 뭉치게 만들겠다고는 하지만 실체는 뚜렷하지 않았다.

2020시즌이 이제 막 시작했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그간 KBO리그에 막연했던 원 팀의 선례를 제대로 보여줬다. 7일(한국시간) 입국한 아드리안 샘슨(29)의 부친상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점이 드러났다.

● 샘슨도 롯데도 서로의 진심을 느꼈다

미국 메이저리그(ML) 25인 로스터까지 노릴 수 있던 샘슨은 올 시즌에 앞서 롯데행을 결정했다. 도전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로 출발하기 직전, 샘슨에게 비보가 날아왔다. 아버지의 건강이 위중하다는 내용이었다. 샘슨은 이를 구단에 즉시 알렸고, 롯데 측에서도 “조금 천천히 캠프에 합류해도 좋다”는 의사를 전했다.


롯데가 캠프를 시작한 1월 31일, 샘슨은 아버지가 있는 미국 시애틀이 아닌 캠프지 호주 애들레이드에 있었다. 염려는 잠시 접어두고 몸만들기에 전념했다. 캠프가 끝날 무렵, 아버지의 상황이 더 나빠졌다. 구단은 이때도 미국행을 제안했지만 샘슨은 롯데 선수단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자체 청백전부터 팀간 연습경기까지 모든 일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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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즌 개막 일주일 전인 4월 28일, 아버지의 상황이 더 악화됐다. 정규시즌 개막이 코앞인 시점에서 ‘에이스’의 이탈은 롯데로서도 뼈아팠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와 면담에서 엉엉 울며 걱정하는 모습에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샘슨은 곧장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롯데는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들이 인맥을 총동원해 부산 인근 별장을 수소문했다. 조건은 하나, 야외에서 투구 훈련을 할 수 있을 만한 20m 이상의 공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문의해 “별도의 공간이라면 야외 훈련도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고 마침내 별장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자신이 당일치기로 미국에 다녀와 자가격리 조치된 뒤 샘슨의 불펜포수 역할을 하겠다는 의욕까지 내세웠다는 후문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샘슨은 이동식 마운드와 그물망을 활용해 훈련한 뒤 자가격리 조치 해제 직후 퓨처스리그에 등판해 몸 상태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롯데의 배려에 샘슨도 진심을 느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본 뒤 곧장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단에서는 복귀일에 대해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당연히 장례를 마치고 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샘슨의 의지가 강했다. 전적으로 자신을 배려해준 구단의 신뢰를 느꼈기 때문이다.

● “나를 존중해주는 게 느껴진다”

샘슨과 구단의 신뢰만큼이나 인상적인 대목은 또 있다. 6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3점포를 때려내는 등 개막 2연속경기 선발출장한 정훈(33)은 경기 후 “허문회 감독님이 백업 선수인 나를 존중해주신다. 야구장에 출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까지 1군 9시즌간 873경기에 나섰지만 정훈의 확실한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그런 정훈에게도 확실한 역할을 부여했다. 허 감독은 “주전 타자 9명이 잘한다고 이길 수 없다. 또 9명이 매 경기 잘할 수도 없다. 누군가 부진했을 때 다른 선수들이 그걸 채워준다면 그게 원 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개막전부터 실책을 기록한 한동희에게도, 타격이 부족한 정보근에게도 당당해질 것 하나만을 주문했다. 지성준을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남긴 “나 같은 반쪽짜리 선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기 때문에 2군에 보냈다”는 말에는 배려가 담겨있다.

● 신뢰 구축, 가장 성공적인 프로세스

프로세스. 과정을 뜻하는 단어지만 지난겨울 내내 롯데의 상징처럼 쓰였다. 성민규 단장이 강조한 프로세스는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선수 트레이드, 경기장 시설 보수 및 확대, 프런트 인력 보강 등 숱한 게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훌륭한 프로세스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신뢰 구축이다. 샘슨을 배려한 프런트, 백업을 지지한 현장의 의지가 돋보이는 이유다. 이 대목은 롯데가 지난겨울부터 시도해온 수많은 프로세스 중 가장 성공적인 ‘과정’이자 결과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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