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공사 중… 주민들 “집에 있는게 고통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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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곳에서 아파트 재개발 공사 진행
동시다발 골조공사로 분진-소음 유발
상업지역은 고층 재개발로 피해 심각
주민들 민원에도 지자체 속수무책

5일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의 한 보험회사 사무실에서 바라본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현장(왼쪽). 보험사 직원들은 약 50m 거리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업무 차질을 호소한다. 같은 날 오후 6시경 달서구 용산네거리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현장(오른쪽). 2m 옆 빌라 주민들은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고통스러워 한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5일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의 한 보험회사 사무실에서 바라본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현장(왼쪽). 보험사 직원들은 약 50m 거리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업무 차질을 호소한다. 같은 날 오후 6시경 달서구 용산네거리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현장(오른쪽). 2m 옆 빌라 주민들은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고통스러워 한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회사 앞 아파트 공사장 때문에 몸서리를 칩니다.”

보험설계사 김모 씨(37)는 요즘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스트레스다. 회사 건물 약 50m 거리에서 주상복합 ‘범어W’ 아파트 재건축 공사로 인한 소음이 너무 크기 때문. A 씨는 “얼마 전 갑작스레 ‘펑’ 하는 폭음과 함께 물건이 흔들려서 놀랐는데 알고 보니까 공사장에서 폭약을 터뜨렸다. 이제 작은 소리에도 심장이 요동친다”고 했다.

달서구 용산네거리 10층짜리 빌라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 씨(68·여)는 집에서 지내는 게 힘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근 두 달 이상 셀프 격리 생활 중인데 집안 환기조차 제대로 못한다. 불과 2m 앞에 GS건설의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탓이다. 주민들은 “아파트 공사 소음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빌라 외벽에 걸고 시위에 나섰다.

대구 상업지역의 고층 아파트 공사장이 코로나19의 또 다른 병폐를 낳고 있다. 건물 간 거리 제한이 거의 없는 데다 30층 이상으로 짓기 위한 터파기 단계부터 심한 분진과 소음을 유발시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6일 현재 아파트 재개발 착공에 들어간 곳은 모두 88군데다. 소음과 분진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 터파기와 골조 세우기 등 기초공사를 벌이는 곳은 63곳이다. 이 가운데 약 절반에 가까운 25곳이 상업지역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상업지역은 주거지역보다 용적률이 높아 고층 아파트를 많이 짓는다. 아파트가 높을수록 기초공사 단계에서 더 심한 소음과 유해물질 분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고층 아파트는 지반을 더 견고히 다져야 한다. 일정 규모의 주차면수를 확보하려면 땅을 깊게 많이 파서 지하층을 늘려야 한다”며 “그래서 상업지역 내 고층 아파트 공사장 주변은 주민들의 민원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상업지역 아파트 기초공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구 8곳과 수성구 4곳, 달서구 3곳에서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3월 기준 이들 지역의 민원 건수는 중구 175건, 수성구 140건, 달서구 45건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관련법상 소음이나 분진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해뒀거나 규제 기준을 넘지 않으면 별다른 제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앞으로 2, 3차 환경 피해와 인근 건물의 균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만간 대구 상업지역 22곳에 추가로 고층 아파트 착공이 예정돼 피해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김철수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일정 기준에 따라 규제하고 있는데도 피해가 발생하는 건 기준이 적절치 않다는 뜻이다. 실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규제를 현실성 있게 고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앞으로 대구의 아파트 재개발 사업은 도심 내 슬럼화된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주변 지역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용적률을 낮추고 아파트 높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동시다발 골조공#소음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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