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생필품 살줄 알았는데…“담배 몇보루씩 사 간다”

김태언 기자 , 이청아 기자 입력 2020-05-06 21:22수정 2020-05-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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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조모 씨(23·여)는 지난달 20일 서울형 재난긴급생활비로 33만 원어치 서울사랑상품권을 받았다. 조 씨는 그 중 14만 원을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사용했다. 지난달 9일 역시 재난긴급생활비를 받은 대학생 이모 씨(24)는 치킨을 사먹는 데 다 써버렸다. 이 씨는 “생필품은 용돈으로 사고 평소 좋아하는 치킨을 실컷 사먹었다”고 했다.

서울 경기 등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공한 지원금을 일부 시민들이 다소 ‘긴급생활비’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소비하는 걸 두고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모호한 긴급재정을 투입해 괜히 헛되게 쓰인다”는 지적과 “어떻게 쓰든 자기 마음이다. 지역경제엔 도움이 된다”는 옹호가 맞섰다. 서울은 서울시 거주 가구 중 중위소득 100% 이하가 대상이며, 경기는 주민등록 상 주소지가 경기도인 모든 이가 받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5, 6일 긴급생활비 사용이 가능한 업소 20곳을 돌아봤더니 화장품, 술, 담배 등을 사는 광경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서울에 사는 김채현 씨(24·여)도 “화장품 세트 구입을 위해 3만1000원을 선불카드로 지불했다”고 했다. A슈퍼를 운영하는 신모 씨(54)는 “(긴급생활비로) 쌀과 같은 생필품 구입은 거의 보기 힘들다. 대부분 담배를 몇 보루씩 사가곤 했다”고 전했다. 한 40대 시민은 “긴급생활비는 대형마트에서 쓸 수 없는데, 아무래도 동네슈퍼는 물건값이 비싸다. 담배는 어디나 가격이 같아 이게 이득”이라고 했다.


경기도에선 재난기본소득 지급 뒤 의류업체의 매출 증가가 가장 컸다고 한다. 6일 신한카드가 경기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자사 신용카드를 기준으로 소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3월 1주차 대비 4월 4주차 의류 업종 매출은 114% 증가했다. 외식, 미용, 학원 업종 등 대면 서비스 업종도 각각 41%, 48%, 2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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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비 패턴을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소상공인협회는 “시민들이 긴급생활비로 조금은 여유롭게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지역경제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경기 지역 가맹점 매출은 3월 1주차(1~7일)를 기준(100)으로 봤을 때, 4월 매출은 △1주 차 108 △2주차 107 △3주차 122 △4주 차 124 등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생활비 목적이라도 긴급지원금 성격과 전혀 다른 곳에 사용된 사례들이 있는 건 문제가 있다”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을 제대로 도울 수 있도록 타깃을 정교히 조정했어야 한다”고 평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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