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곽상준 건축사사무소 OBBA 소장

청바지라고 뭉뚱그려 불리지만 같은 디자인이라도 모든 청바지는 제각기 다르다. 원단의 성질, 가공의 정도, 잘라내고 덧댄 방식이 미묘한 차별성을 결정한다. 층별로 질감을 달리해 마감한 이 건물의 노출콘크리트 외벽은 그곳 사람들이 온종일 끌어안고 움직이는 청바지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1, 2층 외벽의 콘크리트 거푸집은 나무 부스러기를 접착제와 혼합해 압착시킨 OSB합판으로 짰다. 표면에 코르크의 질감을 남기는 재료다. 3, 4층은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기 전에 고압 살수 장치로 물줄기를 쏴 거친 질감을 불규칙하게 표현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긁거나 찢어 맵시를 내는 청바지 원단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5층은 보통의 깔끔한 노출콘크리트 마감이다.”(곽)
“사람들이 ‘오빠’라고 읽는 사무소 명칭은 ‘Office for Beyond Boundaries Architecture’의 약자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정보와 시각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풍요로움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그냥 원래 다 그런 거잖아’ 하고 무심히 넘기는 것들에 대해 ‘그게 왜 당연하지?’라고 던지는 질문이, 모든 우리 작업의 출발점이다.”(이)
건물 서편 샛길을 몇 발짝 돌아들면 고요한 뒤뜰이 나타난다. 뒤뜰을 굳이 마련하지 않아도, 역시 뭐랄 사람 없다. 하지만 이곳에 서서 바깥 찻길 소음을 말끔히 잘라낸 네모난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 공간이 왜 필요한지 바로 알 수 있다. 머무는 이들이 지친 오후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소중한 틈새다. 유럽 고택들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중정(中庭)을 닮았다.

“건물의 전형에 대한 한정된 사고의 틀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영역 밖의 사고를 확장시켜 나가는 게 우리 작업의 목적이다. 건축가의 작업 영역이 건물 짓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포함된다. 어떤 대상과 이슈든 체험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을 고려해 보는 계기로 작용하고 싶다.”(이)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이소정 곽상준 소장::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건축대학원(이소정), 연세대 건축공학과(곽상준) 졸업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젊은건축가상 수상
2015, 2017, 2018년 서울시건축상 우수상
2019년 한국건축문화대상(공동주거 부문) 수상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