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김정은 추적’에 동원된 美정찰자산, 방위비협상 압박카드 되나

입력 2020-05-06 03:00업데이트 2020-05-06 09:3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金잠적 20일간 美정찰기 정밀 감시… 최소 8종류 50여 차례 한반도 전개
정부 “北 특이 동향 없다” 근거된 듯… 美, 방위비인상 구실 삼을 여지 커져
전문가 “한미 모두 도움된 정보활동… 비용 전담 요구는 적절치 않아”
오산기지 귀환하는 美 U-2 정찰기 5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고고도 전술정찰기인 U-2가 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돌아오고 있다. U-2는 휴전선 인근 20km 고공에서 최대 7∼8시간씩 비행하면서 60∼70km 이내 북한 지역의 군 시설과 장비, 병력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유·무선 통신을 감청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평택=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변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추적하는 ‘정보전’에서 실력을 발휘한 미국 정찰자산이 추후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미국의 압박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한미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한반도에 최근 대거 전개된 미국 정찰자산을 두고 미국이 “한국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적절한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정치국 회의 참석 이후 잠적한 김 위원장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미국 정보자산이 역할을 했다는 데 한미 양국 모두 이견은 없다. 김 위원장이 1일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때까지 모습을 감춘 20일 동안 최소 8종류의 미군 정찰기가 50여 차례 전개되며 북한 내 동향을 ‘현미경 감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하루 동안에만 미군 정찰기 5대가 한반도 상공에 출격하기도 했다. 감청 임무를 수행하는 미 육군 가드레일(RC-12X) 3대, 이동식발사대(TEL)의 움직임 등 동향을 감시하는 조인트스타스(E-8C) 1대, 북한 포병을 주로 감시하는 크레이지호크(EO-5C) 1대 등으로 구성도 다양했다. 김 위원장이 인비료공장을 찾은 1일에도 총 4대의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에 투입됐다. 이런 미군의 그물망 감시 결과의 일부는 정부에 전달됐고, 정부는 자체 정보를 더해 “북한 내 특이동향이 없다”고 확신했던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 정찰자산의 빈번한 전개가 한국의 방위비 인상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잠행과 맞물린 미국의 정찰자산 전개를 통해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할 재료가 늘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협상에 이 같은 논리가 반영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실무진이 3월 말 가까스로 도출한 ‘방위비 총액 13% 인상안’을 거부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덕에 이득을 봤다’고 주장하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요구가 재차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며 ‘싹 자르기’에 나섰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이 (최근 정찰자산 활용과 연계한) 요구를 추후 꺼내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SMA라는 협상 원칙이 있는 만큼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미국이 이 같은 압박을 가해 온다고 해도 우리가 반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대응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군이 정찰자산을 통해 얻은 정보는 한국에도 도움이 됐지만 결국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안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된 것 아니냐”라며 “비교적 합리적인 미 실무진은 이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은 늘 한반도에 정찰자산을 전개해 온 만큼 이번 김정은 신변이상 정국에만 정찰자산의 효능이 유독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 신변 파악에 한국의 휴민트(인적 정보)도 역할을 한 만큼 이 점을 내세워 한국이 ‘무임승차’하지 않았다고 강조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기재 record@donga.com·신규진 기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