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재무 분석가-면접담당자여, 첫인상에 꽂히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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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大 교수팀 분석… 기업에 대한 첫인상 긍정적이면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 반대땐 상식 밖의 비관적 전망
‘첫인상 효과’ 오류 줄이려면 의식적으로 조절 습관 길러야

첫인상(first impression), 자기과신(overconfidence), 낙관주의(optimism) 등과 같은 인지적 편향은 인간의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첫인상 편향은 앞서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의 유용성을 저해하는 현상으로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한다. 가령 어떤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첫인상이 긍정적이면 그 기업의 미래에 대한 평가가 비상식적일 만큼 우호적으로 바뀌는 식이다. 반대로 부정적 첫인상에 꽂히면 상식 밖의 비관적 평가를 내린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의 데이비드 허실라이퍼 교수 팀은 첫인상 편향이 재무분석가의 기업 이익 및 기업 가치 예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재무분석가가 범하는 예측 오류의 근본적 원인을 탐구했다. 허실라이퍼 교수 팀은 미국의 재무분석가가 예측하는 분기별 주당순이익과 주가를 활용해 첫인상 편향이 재무분석가의 예측 성향과 예측 정확도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긍정적 첫인상을 심어준 기업(직전 연도 상위 10%)의 주당순이익 예측치는 평균보다 3%포인트, 주가 예측치는 평균보다 3.1%포인트를 상회했다. 반대로 첫인상이 부정적인 기업(직전 연도 실적 하위 10%)의 예측치는 모두 평균을 하회했다. 또한 긍정적 첫인상은 매도 추천보다 매입 추천을 더 많이 유도한 반면 부정적 첫인상은 매입 추천보다 매도 추천을 더 많이 유발했다.

비대칭적 부정편향(asymmetric negativity bias)도 관찰됐다. 구체적으로, 부정적 첫인상이 주당순이익 및 주가 예측치와 매매 추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긍정적 첫인상 효과보다 2배 정도 강했다. 첫인상 효과의 지속성 측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긍정적 첫인상 효과는 24개월 후 사라진 반면 부정적 첫인상 효과는 이보다 3배 더 긴 72개월이 지난 후에야 사라졌다.

첫인상 효과는 재무분석가의 총 예측 기간(어떤 기업에 대한 성과를 예측해 특정 매매 추천 의견을 처음으로 낸 뒤 이를 완전히 그만두는 데까지 걸린 기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분석 결과 긍정적 첫인상을 가진 재무분석가의 총 예측 기간은 부정적 첫인상을 형성한 재무분석가에 비해 약 6개월이 더 길었다. 첫인상이 좋아야 관계도 오래 지속되는 듯하다.

편향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첫인상 효과도 재무분석가에게서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다. 기업의 감사 업무를 맡는 회계법인이나 세금 문제를 취급하는 세무 전문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면접 담당자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예측 오류를 줄이려면 첫인상 편향과 그 방향성(긍정 또는 부정)을 참작해 예측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상책이다. 뛰어난 전문가는 편향을 배우고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때로는 활용하고, 때로는 무시하고, 때로는 역이용할 줄 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swkwag@sookmyung.ac.kr
#재무분석가#기업 첫인상#인지적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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