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스타트업과 ‘기브&테이크’… 윈윈으로 돌아왔다

김윤진 기자 입력 2020-05-06 03:00수정 2020-05-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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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ODM’ 선두주자 흥국F&B의 차별화된 동반성장 전략
흥국F&B는 충북 음성 공장에서 라라스윗, 이그니스 등 식품 스타트업들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한편 품질 관리와 신제품 개발을 돕는 등 다방면에서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찬홍 라라스윗 대표, 박철범 흥국F&B 대표,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 흥국F&B 제공
스타벅스, 이디야, 할리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이 파는 과일 에이드나 빙수, 착즙 주스 등은 누가 생산하는 걸까. 바로 카페 점주들을 상대로 과일 농축액과 커피, 빙수 등의 원자재를 납품하는 식음료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다. 그런데 이 분야 선두주자로서 B2B 기반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던 중견 제조사 흥국F&B가 최근 2, 3년간 기존 사업 모델과 무관한 식품 스타트업들과의 협업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 회사가 왜 갑자기 일면식도 없던 신생 업체들과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인지, 이 파트너십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는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4월 1일자(294호)에 실린 성장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스타트업의 ‘가려운 곳’ 해소


흥국F&B가 추구하는 동반 성장 전략의 차별점은 바로 스타트업과 기브앤드테이크가 확실한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중견 ODM사로서 이 기업은 스타트업들에 제공할 수 있는 확실한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생산처를 제공했다. 고객 피드백 하나하나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영세한 스타트업에 불균등한 식품 품질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가령, 기능성 식사 대용식 ‘랩노쉬’ 셰이크를 파는 스타트업 ‘이그니스’의 경우 창업 초기, 파우더 제형에 지방이 섞여 산패되거나 기온에 따라 맛이 변질되는 문제에 부딪혔다. 그런데 흥국F&B가 생산을 맡아준 뒤로 이 스타트업은 개발 과정의 애로사항을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오로지 회사의 강점인 기획과 마케팅, 영업에만 집중하면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흥국F&B는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연구개발(R&D) 연구원을 붙여 신제품 개발을 돕고,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운영자금을 빠르게 대출해주고, 식품업계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등 스타트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이런 식으로 이 회사는 생산에서부터의 협업을 출발점으로 궁합이 잘 맞는 회사에 추가로 직접투자를 하고, 그중 특히 시너지가 많이 나는 대상은 인수합병(M&A)까지 고려하는 ‘계단식 접근’을 취했다.

○ 협업을 통한 신규 포트폴리오 확보



흥국F&B가 생산하는 주요 제품들. 이 회사는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 편의점 등 주요 유통채널에 에이드용 과일 농축액과 착즙주스 등을 납품한다. 흥국F&B 제공
이와 동시에 흥국F&B에도 스타트업과의 만남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동안 과일 액상 제품에만 치우쳐 있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흥국F&B는 이그니스와의 협업을 기점으로 이전까지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파우더형 제품의 생산을 본격화했다. 분말 자동화 라인에 대한 투자를 감행한 결과 쑥 파우더, 초코 파우더, 요거트 파우더 등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일 수 있었고, 개인 카페를 중심으로 액상 대비 ‘가성비’가 좋은 파우더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의 판매량도 늘릴 수 있었다. 또, 이그니스의 죽 신제품 개발을 위해 레토르트 라인에 신규 투자한 덕분에 어린이용 이유식 시장을 뚫는 데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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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흥국F&B는 스타트업과 일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 포인트를 늘리고, 저칼로리와 비건, 1인용 소포장 등의 식품 시장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협업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면서 유망 거래처를 선점하는 효과까지 거뒀다.

○ 중견 ODM사의 강점 극대화

흥국F&B가 이처럼 스타트업과 윈윈 모델을 구축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까닭은 중견 ODM사로서 다른 대기업과 차별화되는 이점을 파트너사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식, 인력, 경험, 자금, 설비 등 모든 면에서 뒤지는 중견 기업이 대기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런데 흥국F&B는 소품종 대량 생산을 하는 대기업과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을 택했고, 이 방식을 뒷받침하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과 집행으로 시장의 수요를 즉시 맞췄다.

실제로 흥국F&B의 가장 큰 특징은 대기업이 가지지 못한 빠른 의사결정 속도였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다 보니 결재 체계가 단순했고, 주문 즉시 생산을 시작해야 하는 ODM의 특수성으로 인해 경영진이 결재를 바로바로 내리고 실행하는 게 조직 문화였다. 자사 브랜드가 적어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을 모색하지 않고도, 자기 잠식(cannibalization)에 대한 걱정 없이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에 베팅할 수도 있었다.

다음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대형 고객사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따라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유연성과 적응력도 회사의 강점이었다.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주문한 대로 생산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었고, 700가지가 넘는 품목을 제조할 역량이 있었다.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능력은 신생 업체가 전례 없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려 하거나 소량 시범 생산을 원할 때 빛을 발했다.

마지막으로, 흥국F&B는 창업자의 비즈니스 철학대로 고객의 레시피 등 지식재산(IP)을 철통같이 보호함으로써 의심 많은 스타트업의 신뢰를 얻어냈다. 국내 대형마트 등 유통사에서 스타트업 제품과 비슷한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생산해달라는 의뢰가 와도 모두 거절하는 등 파트너와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원칙을 고수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후속 파트너사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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