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 사망’ 이천 참사 일주일…서울 공사현장 13곳 점검해보니

조건희 기자 , 이청아 기자 입력 2020-05-05 18:40수정 2020-05-0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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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9시경 서울 강서구의 A빌딩 신축 공사 현장.

연면적 9500㎡ 규모인 이 건물 지하 2층에선 작업자 2명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배관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15m 정도 떨어진 같은 층 구석엔 알루미늄 고압산소통 2개가 뒹굴고 있었다. 쓰다 만 페인트 통에서도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1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엔 피난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아 아침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소화기도 입구에 비치된 1개 외에는 다른 소화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한 현장 직원은 “소방시설 등에 대해 별다른 지침이나 지적이 내려오진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38명이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천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에선 여전히 통곡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지만, 많은 공사현장은 여전히 화재 예방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이날 서울의 건설공사현장 13곳을 확인해보니 관련법상 안전조치가 모두 제대로 지켜진 곳은 서초구에 있는 한 운동시설 공사장 1곳뿐이었다. 연면적이 약 6000㎡인 B빌딩 공사장은 간이 소화전과 소화기가 하나도 없었다. 현장 직원 A 씨(63)는 “지하에서 용접할 때도 소화기를 본 적은 없다”라며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키며 일하는 공사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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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한 연구센터(연면적 약 4만㎡) 공사현장은 지상에 안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대형 간이소화전도 보였다. 하지만 굴착과 용접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지하엔 지상으로 이어지는 피난유도등이 없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때처럼 정전과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대피로를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용접과 절단, 연마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화재로 이어진 사례는 2015년 이후 올 3월 말까지 총 5825건. 이들 화재로 32명이 숨지고 42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도 약 1196억 원이다.

2008년 1월 용접 중 일어난 화재로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이후 불티로 인한 화재는 2008년 1744건에서 2009년 1328건, 2010년 1291건 등으로 다소 감소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3년(975건) 이후 다시 증가해 한 번도 연간 1000건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도 공사업체가 기본적인 화재 예방 규정을 어기고 인화성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을 병행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공사 중 용접이나 전선 탓에 불꽃이 발생하거나 인화성 물질을 취급하기 전 시공업체는 △피난유도등 △비상경보장치 △간이소화장치 △소화기 등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환기를 철저히 하고 인화성 물질을 분리 보관하는 등 안전조치 의무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시돼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관련 규정을 강화하지만 이행 여부는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3월 인천 부평구의 주상복합 건물 공사장에서 용접 중 화재로 2명이 숨지자 같은 해 9월 공사 업체가 용접 작업 전에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선 소방서는 ‘완공 전 건물은 소방서의 필수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실상 점검에 손을 놓고 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원인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시공사인 ㈜건우 사무실과 하청업체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시공사가 이천소방서에 제출했던 임시소방시설 설치 계획서가 실제와 달랐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을 정확히 찾기 위해 6일 세 번째 현장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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