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수교 ‘제1통역사’ 中 원로외교관 지차오주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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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언라이-키신저 회동 등 참여


1970년대 미중 해빙기에 양국 지도자의 통역사로 활동한 중국의 원로 외교관 지차오주(冀朝鑄·91·사진) 전 유엔 사무차장이 지난달 29일 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역전쟁 등으로 미중이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핑퐁 외교’의 주역 중 한 명인 그가 숨진 것을 안타까워하는 시선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929년 산시(山西)성에서 출생한 그는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에서 성장했다. 하버드대 화학과를 다니다 핵폭탄을 개발하는 과학자가 되겠다며 귀국했고 6·25전쟁 때 중공군으로 참전했다. 그의 영어 실력을 눈여겨본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보좌관 겸 통역으로 발탁했다.

그는 1971년 당시 헨리 키신저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저우 총리의 비밀 회동 때 통역을 맡았다. 이 회담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 및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과의 정상회담, 1979년 당시 부총리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의 미국 방문 및 역사적 미중 수교로 이어졌다. 지 전 차장은 이때 모두 통역사로 활동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두고 “미묘한 외교 상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중국 붉은 장벽의 제1통역사’로도 불린 그는 2008년 회고록도 출간했다.

중국의 국제 문제 평론가 팡중잉(龐中英)은 SCMP에 “위기의 시대에 외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인물”이라며 “최근 미중 관계 악화로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지차오주#중국 원로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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