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위기[동아 시론/안동현]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0-05-05 03:00수정 2020-05-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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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마이너스 성장에도 증시 반등 ‘괴리’
미국발 양적완화로 자본시장에 돈 넘쳐
실물부진-양극화 심화로 포퓰리즘 초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각국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을 속속 발표했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과 유로존이 각각 ―4.8%와 ―3.8%로 경기 위축을 겪었고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중국은 무려 6.8% 경제가 후퇴했다. 비교적 방역에 성공했다는 우리나라 역시 ―1.4%로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정작 문제는 2분기다.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 사태는 4월에 정점에 달해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약 8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각국이 사회적 봉쇄 조치를 해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록다운(lockdown)’ 조치만으로도 2분기에는 참담한 ‘기술적’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예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기관별로 ―15%에서 심지어 ―40%까지 다양한 예측치가 나오고 있다. 실업률은 2월 말까지만 해도 3.5%였지만 이미 3월 4.4%로 증가했고 4월에는 16%로 치솟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 세계 주가는 3월 말 저점을 찍고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의 S&P500지수는 2월 19일 3,386.15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후 폭락하기 시작해 3월 29일 2,237.40까지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러나 이후 반등을 시작해 4월 말 2,912.43까지 회복에 성공했다. 고점 대비 34% 하락한 뒤 하락 폭의 약 60% 정도를 한 달 만에 회복한 셈이다. 이러한 빠른 회복으로 주가와 실물경제 간 괴리의 체감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실제 미국의 윌셔(Wilshire) 5000지수에 편입된 5000개 기업의 총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버핏지수는 현재 132%다. 버핏지수 역대 최고점은 작년 12월 157%인데 이 수치는 정보기술(IT) 버블이 형성됐던 2000년 139%나 금융위기 직전의 107%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만약 현재 주가 수준이 유지되고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보수적으로 15% 정도만 하락한다고 해도 이 수치는 165%까지 치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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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는 부진한데 주가는 오르는 이런 엄청난 괴리는 왜 나타났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양적완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위기 직후 세 차례 단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는 약 3조7500억 달러에 달하는 통화를 시중에 공급했다. 이렇게 풀린 통화는 대부분 은행을 비롯한 예금기관에 투입됐다. 이 중 2조8000억 달러 정도가 초과지불준비금으로 다시 미 연준으로 회수됐다. 결국 나머지 1조 달러 정도의 자금이 은행이 실제 활용한 자금이다. 그 1조 달러가 정확히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이 주식을 비롯한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 이 부분이 주가와 실물경제 간 괴리를 만든 주요 요인이다. 그 1조 달러 중 주식을 비롯한 자본시장으로 흘러간 비중이 높을수록 주가는 높아지지만 반대로 실물경제로 투입되는 비중이 줄어들어 실질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은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저물가로 대표되는 뉴노멀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스닥 기준으로 주가가 7배나 폭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다. 4월 말까지 미 연준이 푼 자금은 2조4000억 달러 정도다. 이 중 1조5000억 달러가량이 연준으로 다시 회수됐다. 따라서 9000억 달러 안팎의 자금이 민간부문에 실제 투하된 셈이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미 연준이 질적완화를 병행해 직접 실물시장에 통화를 투입했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 정도가 은행 손에 쥐어졌는지는 불명확하지만 90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을 은행에서 활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규모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시행되었던 3차례의 양적완화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에 투자되었을 개연성이 높고 그만큼 주가를 빠르게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그런 만큼 실제 은행을 통해 실물부문에 투입되는 자금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적완화 체제하에서는 역설적으로 주가 상승은 그만큼 실물경제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처음 양적완화가 도입되었을 때 많은 전문가가 인플레이션 유발을 우려했다. 그런데 사후적으로 발견된 양적완화의 가장 큰 약점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주가와 실물경제 간의 간극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었다. 사회적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0.46∼0.47에서 이후 0.48∼0.49로 상승했다. 이런 부의 편중이 결국 세계 주요국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초래했다. 주가 상승을 마냥 기쁘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주가 상승#실물경제#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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