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링거살인 징역30년’ 간호조무사 항소…“난 죄 없어”

박태근 기자 입력 2020-05-04 15:27수정 2020-05-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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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 남자친구에게 약물을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 받은 30대 간호조무사가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4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따르면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A 씨(32·여)는 무죄를 주장하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 씨는 남자친구와 극단적 선택을 하다 자신만 살아남은 것이라고 재차 주장하며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도 1심의 30년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른바 ‘부천 링거사망 사건’으로 불리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 사건은 2018년 10월 21일 경기도 부천시의 한 모텔에서 발생했다. A 씨의 남자친구 B 씨(사망당시 30세)가 모텔에서 숨진 사건이다. 이 사실은 A 씨가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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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B 씨의 오른쪽 팔에서는 두 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으며 모텔 내부에서는 빈 약물 병 여러 개가 발견됐다.

부검결과 B 씨에게 마취제인 프로포폴과 리도카인,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이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다.

A 씨는 경찰에 “B 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휴대전화에도 이 같은 선택을 암시한 정황이 없었다.

경찰은 A 씨가 B 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한 반면 자신에게는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점을 들어 B 씨가 타살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결국 A 씨는 링거로 약물을 과다 투약해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자신이 근무했던 병원이 폐업하자 마취제인 프로포폴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 등을 처방전 없이 B 씨에게 투약하고, 해당 병원의 약품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B 씨의 누나라고 밝힌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A 씨는 본인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링거로 투약했지만 링거 바늘이 빠져서 중간에 깨어나 (119에) 신고했다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지난 8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수시로 거짓말을 일삼고 심지어 조사받는 과정에서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면서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유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라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에 A 씨는 “동반자살 시도 후 살인이라는 죄명으로 누명이 씌어져 죽고 싶은 마음”이라며 “살인이라는 누명으로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혼자 살아남은 제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달 24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A 씨에게 징역 30년의 중형과 추징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남자친구인 B 씨의 성매매를 의심한 나머지 살인까지 저질렀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피해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모의했다고 했지만, 피해자의 전화, 문자 등에서 이같이 동반자살을 모의했다는 내역은 보이지 않았다”며 “사망전날 피해자는 피고인과 통화하면서 ‘피고인을 닮은 딸을 낳고 싶다’거나 친구 결혼식에 대해 언급하는 등 미래 계획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점을 비추어 볼때 동반자살을 계획한 사이에 주고 받을 수 있는 대화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체내에선 디클로페낙이 중독량의 6배가 나왔지만, 피고인은 치료범위의 디클로페낙과 리토카인이 검출됐다”며 “피고인은 양팔에 이 약물을 정맥주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처럼 하는 것은 어렵고, 디클로페낙과 리토카인은 마시는 경우에도 체내에 일부 흡수될 수 있어 정맥주사를 통해 자살시도를 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은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침대에서 떨어져 정맥주사가 빠졌다고 주장했지만, 사건 발생 직후 후송 기록을 보면 피고인은 주삿바늘 알레르기 반응은 없었고, 프로포폴 역시 경련이 있게 되면 매우 느린 형태로 움직임이 나타나는 점, 또 경련이 발생할 정도로 디클로페낙과 리도카인이 다량으로 투여될 경우 피고인 역시 사망이나 위독상태에 빠질수 밖에 없는데, 피고인의 혈액에는 치료범위 내의 약물이 검출됐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횡령은 증인들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피고인은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돼 참회하고 유족에게 속죄하는 게 마땅하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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