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소비운동”… 온라인 상품권 ‘홍보대사’된 목회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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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모임 ‘말씀과 순명’ 착한소비 앞장
홍정길-지형은-이동원 목사 등 교회-국가위기 대응 초교파 모임
수도권 중심 교회 80여곳 참여… 전통시장 물품구입-취약계층 지원
“참여교회 늘려 선한 영향력 확대”

지난달 29일 인천 부광감리교회에서 열린 ‘나라를 위한 기도모임―말씀과 순명’에서 찬양을 하고 있다. 이 모임은 이웃과 사회를 위한 공감소비운동을 펼치고 있다. 인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9일 인천 부광감리교회에서 열린 ‘나라를 위한 기도모임―말씀과 순명’에서 찬양을 하고 있다. 이 모임은 이웃과 사회를 위한 공감소비운동을 펼치고 있다. 인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9일 오전 7시 인천 부평구 부광감리교회에서 ‘나라를 위한 기도 모임―말씀과 순명’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구에서 체온을 쟀고 본당 안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지켜 앉았다. 개신교계에서 가장 바쁜 이들로 꼽히는 원로, 중견 목회자 20여 명이 왜 이른 시간에 한자리에 모였을까. 말씀과 순명은 어떤 의미일까.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의 말이다. “2월 사회적으로 심각한 논란을 초래한 일부 목회자의 ‘정치적 행위’ 탓에 한국 교회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할 때였다. 몇몇 중견 목회자들이 ‘이러다 한국 교회가 모두 죽는다’며 해결책을 찾자고 찾아왔다. 그래서 경력이 되고 권력이 되는 모임 말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만들자고 했다.”

이 모임의 이름을 지은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의 설명이다. “순명(順命)이 아니라 ‘따라죽을 순(殉)’을 쓰는 순명이다. 예수님의 제자이니 그 말씀을 지키며 죽을 각오로 살자는 취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교회가 이웃, 나아가 한국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색하기 시작했다.”

‘말씀과 순명’에는 두 목회자 이외에 원로목사로는 이동원(지구촌교회) 정주채(향상교회) 목사, 중견 목회자로 김상현(부광감리교회) 유관재(성광교회) 유기성(선한목자교회) 이재훈(온누리교회) 주승중(주안장로교회) 화종부(남서울교회) 목사 등이 참여했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등 교단을 망라한 초교파 모임이다.

이날 모임에서는 ‘2020 코리아 페스티벌’의 아시아 페스티벌 대표인 채드 해먼드 목사가 설교를 맡았다. 이 페스티벌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1918∼2018)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인 대규모 전도 집회다. 해먼드 목사는 설교에서 “코로나19는 건강한 사람을 병들게 하며 교만은 건강한 교회를 무너뜨리고 훌륭한 리더의 자질을 빼앗는다”며 “교만이라는 병에 걸렸을 때 치유하기 위해서는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씀과 순명의 기도에 대한 첫 응답은 교회 중심의 ‘공감소비운동’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80여 개 교회가 참여해 전통시장 물품 구입과 취약계층 지원, 미(未)자립 교회 돕기 등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지원 규모는 5억5000만 원 상당이다.
 
기도회 후 조찬 모임에 참석한 목회자들.
기도회 후 조찬 모임에 참석한 목회자들.
예배 뒤 교회 식당에서 열린 조찬모임은 밥과 국, 세 가지 반찬이 나온 조촐한 자리였다. 이재훈 목사가 “저희 교회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온누리상품권을 많이 이용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기성 목사가 참여하는 경기 성남지역은 13개 교회에서 별도로 1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유 목사는 “성남 교회들은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대구경북 지역을 돕기 위해 모였고 이후 온라인 예배를 어떻게 드릴지, 지역사회와 관공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매주 의논했다”며 “공감소비운동에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도 이어졌다. “예장통합 총회뿐 아니라 대표적 교회 7곳이 모여 다양한 지원 활동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한인사회와 교회가 생필품조차 구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적 지원이 필요하다.”(주승중 목사) “인도네시아 감리교의 경우 목회자 24명이 소천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귀국 선교사 지원도 필요하다.”(김상현 목사) “부활절 헌금 전액을 기부한 교회들도 있다고 하더라. 선교사의 경우 필요하면 양재 온누리교회에 있는 선교사 숙소를 이용하실 수 있다.”(이재훈 목사)

모임을 더욱 개방적으로 운영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권력화가 아니라 희생과 봉사에 나서는 교회를 늘려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자는 취지였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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