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 외교 갉아먹는 거친 말들[광화문에서/윤완준]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0-05-04 03:00수정 2020-05-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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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지금처럼 중국이 전 세계에 공공재 원조를 본격화한 적이 없었다.”

중국 대외정책에 밝은 한 중국인 학자는 최근 기자에게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각국에 의료물자와 의료진을 적극적으로 원조하고 있다”며 “그동안 중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소프트파워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3월 31일까지 이미 120개 국가와 국제기구 4곳에 마스크, 방호복, 검사키트 등을 지원했다. 지난달 7일까지 이탈리아, 세르비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9개국에 의료팀을 파견해 현지 방역을 도왔다. 100여 개 국가, 10여 곳의 국제기구와 중국의 방역 진료 경험을 공유했다. 전례 없는 원조 규모다.


그런데도 중국의 코로나19 외교는 여전히 각국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프랑스,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케냐 등 7개국 정부가 자국 주재 중국 외교관을 불러 코로나19 관련 공격적 언행에 항의했다. 스웨덴, 독일, 일본, 싱가포르, 페루 주재 중국 외교관들은 현지 언론과 설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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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명 인사의 언사에는 노골적인 조롱까지 섞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이 지난달 29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호주는 항상 소란을 피운다.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다 만 껌처럼 느껴진다. 가끔 돌을 찾아 비벼줘야 한다.” 그는 호주에서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강한 반발이 나온 뒤에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달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제기한 게 발단이었다. 그러자 청징예(成競業) 주호주 중국대사가 “중국인들이 ‘왜 우리가 호주 와인을 마시고 호주 쇠고기를 먹어야 하느냐’고 할 것”이라며 “경제적 후과”를 위협했다. 호주 정부는 “경제적 압박과 위협에도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청 대사는 “정치적 술책”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도 지난달 “서방 정부가 많은 요양원 노인을 굶어죽게 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프랑스 정부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중국 외교관을 양성하는 외교학원 당 서기 겸 상무부원장 출신의 위안난성(袁南生) 중국국제관계학회 부회장은 최근 중국 차이징(財經)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중국인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로 해외 코로나 상황을 대하면서 다른 나라에 (코로나 대응의) 숙제를 베끼라고 한다”며 “이는 수년간 몸에 밴 교만함과 관련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성과를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닥친 재앙을 보고 기뻐하는 태도(幸災樂禍)는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굴기의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지만 큰 전략적 오판”이라고도 지적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외교가 어떤 태도여야 진짜 환영을 받을지 얘기해 주는 것 같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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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코로나19#외교#공격적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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