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냥의 시간’ 이제훈 “넷플릭스 개봉 맘고생? 전세계 반응 한눈에 ‘행운’”

이해리 기자 입력 2020-05-04 06:57수정 2020-05-0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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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영화 ‘사냥의 시간’의 주연 이제훈은 지난해 몇몇 감독, 프로듀서들과 함께 제작사를 세웠다. 평생 배우를 꿈꾸지만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으로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며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영화에 죽고 사는 남자, ‘사냥의 시간’ 이제훈

OTT 등 변화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윤성현 감독과 9년만에 재회 감격
작년엔 영화사 설립 제작자 도전도
꿈? 변치 않는 한가지 ‘평생 배우’


“만약 연기를 하지 않으면 뭘 할 수 있을까 상상해요. 묻고 또 물어도 답은 늘 영화에요.”


배우 이제훈(36)은 연기자의 위치에만 머물지 않고 영화에 관한 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고 했다. 구상만 하지 않는다. 지난해 뜻 맞는 감독, 프로듀서들과 손잡고 ‘하드컷’이라는 이름의 영화사를 설립한 ‘행동형’이다. 이제 배우라는 직업 옆에 기획자 혹은 제작자라는 타이틀을 추가한 셈이다. 그는 “영화의 꿈을 시도하며 계속 꿈을 꾸는 과정”이라고 했다.

최근 주연 영화 ‘사냥의 시간’(제작 싸이더스)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이제훈을 4월28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났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비대면 화상 인터뷰를 경험한 그는 “모든 상황이 새롭고, 행운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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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을 꿈꾸는 허망한 청춘을 연기한 ‘사냥의 시간’ 속 이제훈. 사진제공|넷플릭스

● OTT 직행…“전 세계 관객 반응 한 눈에”

‘사냥의 시간’이 공개되기까지 과정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다사다난’이 최적의 설명이다. 제작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한 끝에 극장 상영을 건너뛰고 넷플릭스로 직행한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이후로도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해외 판매 대행사가 이중계약을 문제 삼고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잠정 연기됐다 4월23일에야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됐다. 그 과정을 겪은 이제훈은 “침착하게 지켜봤다”면서 “그렇다고 영화가 관객에게 보이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담담히 말했다.

“그동안 국내 관객의 반응만 귀담아들었다면 이번엔 전 세계의 반응을 한 눈에 보게 돼 흥미로워요. 행운이죠. 저도 OTT 플랫폼을 즐기는 입장에서 시대의 변화를 많이 느껴요. 그런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가 체감한 해외의 반응은 어떨까. “기획할 때부터 장르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했지만 해외에서는 ‘무섭다’ ‘심장이 쫄깃하다’ 같은 반응이 나와요. 처음에는 ‘직선’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중간부터 확 꼬이잖아요. 그런 영화적인 변화를 신기해하더라고요.”

‘사냥의 시간’은 극심한 실업난 속에 돈은 종잇조각이 된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다. 세기말에 다다른 듯 암울한 시기에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세 친구가 꿈을 위해 위험천만한 작전을 벌이고, 이내 정체불명의 추격자로부터 목숨을 위협받기 시작한다. 이제훈은 친구들의 리더 준석 역할을 맡아 안재홍, 최우식과 호흡을 맞췄다. 박정민도 출연한다.

이제훈에게 이번 영화는 남다른 의미다. 배우로서 자신을 세상을 알린 독립영화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박정민과 9년 만에 다시 뭉쳐 내놓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시 무명의 신인이었던 세 사람은 ‘파수꾼’으로 영화계에 존재를 각인시켰다.

“‘파수꾼’이 없었다면 저의 배우 인생은 어땠을까요. 배우로서 태도와 자세를 윤성현 감독이 깨닫게 해줬어요. 9년간 많은 걸 공유한 영화적 동지입니다. 제가 영화에서 연기하는 배역들은 엄연히 허구의 존재잖아요. 그렇지만 그 인물이 허구가 아닌 실재한다는 걸 감독을 통해 배웠어요. 이번에도 출연 여부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았어요. 감독의 꿈을 어떻게 스크린에 펼쳐 보일까만 생각했습니다.”

배우 이제훈. 사진제공|넷플릭스

● 나의 유토피아는 ‘시네마테크’

영화는 이른바 ‘열린’ 결말을 택한다. 가차 없는 세상에 떠밀린 청춘들의 마지막은 위태롭기만 하다. 확실히 결론내지 않은 영화의 결말에 대해 이제훈은 “세 친구는 존재 자체가 희망”이라고 해석했다.

“‘우리 세대는 안돼’ ‘앞으론 더 암울할 거야’…. 평소 그런 말들을 쉽게 내뱉잖아요. 현실이 우울할 수 있지만,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다보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요. 코로나19를 극복한 우리 모습을 보세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습에서 매번 희망을 봅니다.”

영화 속 준석은 유토피아를 찾지만 쉽게 가 닿지 못한다. 현실 속 이제훈은 어떤 유토피아를 찾고 있을까.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또 영화 작업에 관련한 이야기를 꺼낸다.

“제 영화를 많은 사람이 봐주고 즐기는 것이 저의 유토피아 같아요. 물론 관객마다 반응은 다르고 비판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 저를 일깨웁니다. 나중에 돈을 엄청∼ 많이 번다면 영화를 꿈꾸는 이들이 모여서 함께 보고 얘기하는 시네마테크를 만들고 싶어요. 하하! 부자 될래? 평생 배우 할래?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평생 배우입니다.”

● 이제훈

▲ 1984년 7월4일생
▲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 제48회 대종상·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상
▲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 영화 ‘파파로티’ 등
▲ 2014년 육군 만기 제대
▲ 2016년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tvN 드라마 ‘시그널’
▲ 2017년 영화 ‘박열’ 제54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영화 ‘아이 캔 스피크’
▲ 2020년 영화 ‘도굴’ 개봉 예정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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