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유족들 만난 정세균 총리 “책임·잘못 꼭 밝혀낼 것”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3일 1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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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사고 희생자 분향소서 유가족 31명 만나 위로
"대충 넘어가는 일 없이 밝혀낼 것…철저 진상규명"
"과거에도 같은 일…처벌 미약한 탓 아닌가 의구심"
"비용 더 들여도 안전 저버리지 않도록 법 정비해야"

정세균 국무총리가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화재 사고 희생자의 분향소를 찾아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경기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사망자 분향소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함께 찾았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유가족 31명을 만나 “불의의 사고로 부모, 형제, 자매, 아들, 딸을 희생시킨 여러분들에게 정부를 대표해서 미리 사고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로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철저하게 수사를 하고 누가 책임이 있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꼭 밝혀내겠다”며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이 밝혀내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이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처벌만 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인 대책, 앞으로 어떻게 법을 바꾸고 제도를 개선하고 관리해야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팀을 만들어서 철저하게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 “필요하면 법도 만들고 제도 개선도 하겠지만, 법이 있어도 그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아직 진상규명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철저하게 확인하고 그에 따라서 예방 조치와 필요한 대책을 세워서 유족들의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리는 아울러 “이번 사고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과거에도 이천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다”며 “조문하면서 보니까 모두가 소중한 분들이지만 젊은이들이 많은 희생을 당한 것을 보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기성세대로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마음을 잊지 않고 필요한 대책을 세우고 노력하겠다는 약속의 말을 드리겠다”며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린들 무슨 위로가 되겠나. 정부는 정부로서 꼭 필요한 책임을 지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유족대표 박종필씨는 “화재 당시 안전관리자뿐 아니라 감리단이 한 명도 없었다. 각 층마다 안전관리관이 한 명만 있어도 대형사고 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매년 대형사고가 나는데 정부도, 이천시도 문제가 있다. 왜 관리·감독을 못하고 많은 사람을 아프게 만드냐”며 중앙·지방 정부의 관리 소홀을 질타했다.

박씨는 “신원 확인이 안 된 사람이 9명 있었다. 화재로 인해 얼굴을 보고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차마 볼 수 없는 형상이었다”며 “사망 처리됐고 영장이 있더라도 부검하기 전에 유가족한테 사전에 양해를 구했어야 하지만 그런 절차 없이 부검을 했다”며 사고 수습 과정에서의 미진함도 지적했다.

또 “어제 뉴스를 보니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의 불법 증축을 비롯해 불법이 많은 것 같다. 산재 평가에서 낙점을 받았다”며 “총리가 최선을 다해서 처리해주길 바란다.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정 총리는 “과거에 처벌이 미약했기 대문에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 의식 없이 처신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며 “사고 다음날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서 경찰청장에게 ‘철저히 법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꼭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수 있겠는지도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했고 총리실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안전을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희생자 유가족은 중국 사람이 담배를 피워 불이 났다는 인터넷 비난 댓글에 억울함을 표했다. 이 유가족은 “동생은 4층에 있었고 불은 지하 2층에서 났다”며 “사고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우리 동생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해서 가슴이 타들어간다. 사실 왜곡이다”며 통곡했다.

정 총리는 댓글 작성자 엄벌을 요구한 이 유가족을 달래며 “대한민국은 외국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며 “많은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다. 1만리까지 와서 사고 당한 것에 가슴이 아프다. 여러분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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