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렘데시비르…코로나19 치료제·백신 연구 어디까지 왔나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3일 1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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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가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0.4.23 © News1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가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0.4.23 © News1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전 세계를 일시정지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5월로 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사태를 끝낼 수 있는 키인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3일 과학계 등에 따르면 아직 전 인류를 구할만한 획기적인 치료제와 백신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통상 백신 개발에만 10년이 걸리는 상황 등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을 출범시킨 우리 정부를 포함해 전 세계 과학자, 바이오업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든데다 각국 정부도 유효한 개발에 따른 빠른 시판 허가를 내줄 준비를 하고 있어 개발 시일이 대폭 단축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치료제의 경우, 현재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속히 효과를 낼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렘데시비르는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임상 3상에서 효과가 좋지 않아 폐기됐던 항바이러스제다. 하지만 에볼라바이러스와 코로나19 모두 RNA바이러스라는 점 등에 주목한 전문가들이 렘데시비르 활용에 나섰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입증돼 패자부활을 했다.

이런 연유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된 렘데시비르의 임상 3상 연구결과는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을 이끌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ID) 소장은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코로나19 입원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회복기간이 31% 단축됐다고 밝혔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하지만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환자 사망률이 8%, 투약하지 않은 환자 사망률이 11.6%로 집계돼 통계적으로 의미를 찾기 어려운 상황 등을 감안하면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좀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전 세계 10국에서 시행되는 67개 연구 전체의 결과가 나와야 렘데시비르의 효능과 효과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애브비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등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에 들어와있다. 렘데시비르를 포함해 모두 약물 재창출 연구의 일환이다. 하지만 클로로퀸 계열 약물과 칼레트라는 효능 부족이나 극심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상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대웅그룹은 구충제인 ‘니클로사마이드’를 통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일 YTN에 출연해 “렘데시비르가 ‘중증으로 가는 환자들’을 예방할 수 있진 않을지 기대는 된다. 하지만 사망률을 아주 많이 낮추는 효과로 나타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약을 어떻게 쓸지, 언제 투여할지에 대한 고민들은 의료진 입장에서 좀 더 필요한 약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지금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건 혈장 내 항체를 이용한 방법들”이라며 “오히려 신약 중 가장 빠른 약은 (약물 재창출보다) 혈장 치료제에서 시작된 약물들이 더 먼저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약물재창출과 항체·혈장치료제 등을 포함, 코로나19 치료제 20여건이 연구 중이고 백신 연구는 10여건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백신 개발은 치료제보다 더 어려운 연구로 꼽힌다. 일단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감염된 환자를 상대로 하는 치료제 시험보다 모집이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치료제보다 개발이 더디다. 현재까진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 테라퓨틱스에서 개발 중인 ‘mRNA-1273’을 비롯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는 중국기업 클로버바이오파머수티컬과 영국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공동 백신 개발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의학계 인사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은 ‘안전’이다.

지난달 1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이 온라인으로 공동개최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개발 속도도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치료제나 백신이 급하게 만들어져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더 큰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응수 대한백신학회 회장은 “백신 개발과 함께 부작용이 있진 않은지 여러 연구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부작용이 심하다면 그 백신은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화제를 모았던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또한 치료제·백신 개발을 서둘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IBS에 게재한 ‘IBS가 밝혀낸 코로나19 유전자 지도의 의미’라는 글에서 “조급한 기대는 접어두어야 한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는 건 보통 수년이 걸리는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류는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모르는 적과 싸우고 있는 셈”이라며 “인류가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아킬레스건을 공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연구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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