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가면 어쩌라고” 애끓는 모성, 이천 분향소 가득

뉴스1 입력 2020-05-01 17:55수정 2020-05-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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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피해 가족 휴게소에서 유가족을 만난 시공사 대표가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체육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0.5.1/뉴스1 © News1
“아, 이게 뭔일이고.” “아이고, 사돈. 얼굴 뵐 면목이 없소.”

경기 이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 내 마련된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망자 합동분향소 개소 이틀째인 1일, 이른 아침부터 유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상반기 최장 황금연휴는 유가족에게 최악의 시간이 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유가족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나누면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오전 9시30분, 한 무리 외국인들이 들어섰다. 한눈에 보기에는 한국인과 구별되지 않는 이들은 분향소에 들어가 눈물을 쏟고 나서면서 카자흐어로 탄식을 내뱉었다. 이번 화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카자흐스탄인들이다.


20여명의 가족 중 여성은 머리에 흰색 두건을 썼다.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은 카자흐어로 탄성을 연이어 내뱉으면서 굵은 눈물을 쏟았다. 그는 취재진과 유가족 지원 이천시청 공무원 등에게 “한국말 잘 못해. 슬퍼, 슬퍼. 안돼”라면서 자리를 떴다. 다리가 풀린 듯 휘청거리기도 했다. 함께 온 10대 소녀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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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중에는 카자흐스탄인 2명과 중국인 1명 등 총 3명의 외국인이 있다. 중국인 희생자 유가족은 피해 가족 휴게시설이 마련된 모가실내체육관에 거처하고 있다. 이들의 영정과 위패도 분향소에 함께 안치돼 있다.

오전 10시40분, 60대로 추정되는 희생자 모친은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바닥을 두드리면서 울었다. 그는 “네 자식을 나에게 맡기고 먼저 가면 어쩌라는 것이냐”면서 위로하는 지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꺼이꺼이 울었다. “쉬라니까, 힘들면 일 좀 쉬라니까 그렇게 가족을 생각하더니 (이런 참변을) 당했다”는 애끓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나올 때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지인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센터를 빠져나갔다.

문화센터 내 분향소는 평소 농구 코트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46개 계단을 올라야 닿을 수 있다. 이때문에 계단 중간중간에는 조문을 마치고 내려가던 유가족·지인 등이 주저앉아서 한참 상념에 빠진 모습도 목격됐다.

오후 1시쯤에는 한 유가족이 다리가 풀려 아예 계단을 구르는 일도 있었다.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은 먼지를 털고 일어나 이날 오후 2시께 예정됐던 시행사(발주처), 시공사, 감리사 대표와 면담을 위해 모가면 실내체육관으로 곧바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와 시청 공무원 등이 ‘잠시 쉬고 간이 진료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가라’고 권하자 이에 응했다. 두 눈은 벌겋게 달아 있었다.

전날(4월30일)처럼 입구까지 왔다가 걸음을 돌리는 유가족도 있었다. “도저히 못 보겠다”는 한 60대 여성은 눈물을 떨구면서 돌계단에 앉아 있다가 자리를 떴다.

오후에는 종교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비구니와 신부도 분향소를 찾아 기도를 했다.

한바탕 실랑이도 벌어졌다. 일용직 막노동일을 하면서 알게 된 ‘아는 형님’이 연락이 닿지 않아 희생자인 것 같다는 추정으로 온 50대 남성이다. 그는 ‘이름을 말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이천시청 관계자와 한동안 언쟁을 벌이다가 끝내 ‘아는 형님’의 영정을 마주했다. 그는 분향소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눈시울이 붉어져서 “전화를 아무리해도 받지 않더니만…왜 이형이 저기 있냐”고 하소연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유가족 중 1명이 오열하다 실신해 앰뷸런스로 후송되는 일도 있었다.

이날 늦은 오후부터는 대부분 유가족이 모가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해 시공사 대표와 면담하는 탓에 비교적 한산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합동분향소가 유족·지인만 받고 있는 이유는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원이 있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망자의 신원이 다 확인된 뒤 일반인 조문 시점을 정하는 방안을 피해자 가족들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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