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할퀸 코로나19…이제는 수출 때린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1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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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
"주요국 경제봉쇄…국내 제조업에 큰 영향"
"수출 악화 소비 회복세 지연될 가능성도"

내수를 강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파가 이제 수출 지표로도 옮겨가는 모양새다. 국내에선 확진자 수 감소로 그간 지연된 소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감염병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해외 주요국의 수요 감소에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 악재가 가득하다.

1일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4.6% 증가했지만 서비스업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4.4%)으로 추락했다. 둘을 합친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서비스업의 부진은 예상된 일이지만 제조업에서는 의외의 ‘선방’이 나타난 셈인데, 그 원인을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낙관적일 수 없다.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를 겪었던 2월 자동차 생산은 감소폭이 28.1%에 달했다. 그러다 3월 들어 이 문제가 해소되면서 기저효과가 작용, 45.1%나 뛰면서 광공업 생산의 증가폭이 나타난 것이다. 생산 지표는 비교 기준이 전년 동월 대비 수치가 아닌 전월 대비인 만큼, 기조적 회복 흐름이 아닌 일시적 요인에 의해 ‘반짝’ 상승세가 두드러진 셈이다.

특정 분야의 기저효과를 걷어내고 나면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이나 어렵긴 마찬가지란 뜻이다.

최근 국내에서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점차 완화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 등 내수 분야는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실제로 최근의 속보지표를 보면 철도 이용률은 3월 첫째 주 33.3%에서 4월 셋째 주 54.6%로 상승하는 등 외출 자제 분위기도 점차 걷히고 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5월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면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증가하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책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는 제조업 등 수출산업에 대한 경고가 나온다. 최근 지속되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수출 단가가 낮아지는 것도 타격이다. 특히 우리와 상황이 다른 해외 주요국들의 경제 봉쇄 조치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7일을 기준으로 전세계 누적 확진자는 300만명을 돌파했고, 특히 미국은 신규 확진자가 2만명에 달하고 있다. 영국(누적 확진자 15만8347명), 프랑스(16만5962명), 이탈리아(19만9414명) 등 유럽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신규확진자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6.9% 감소했다. 일평균 16.8%씩 줄어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4월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이후 최악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꺾이는 수출과 달리 수입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기업들의 향후 전망도 어둡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5월 수출 전망치는 65.0을 기록, 1980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해외공장의 ‘셧다운’에 따른 생산차질과 주요 수출국인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수요 감소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부진이 나타나면 조심스레 고개를 들던 소비의 회복세도 지연될 수 있다. 수출 기업의 경영 악화는 근로자의 소득감소로 연결, 지갑도 닫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경기는 소비에서 개선되는 측면과 반대로 악화되는 다른 측면이 상쇄돼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수출이 어려워지면 그 자체도 문제이고 수출 기업에서 나타나는 고용 문제가 가처분소득 문제로 이어져 소비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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