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멈춰선 해외건설”…국내 건설사 해외수주 ‘빨간불’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1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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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더믹·유가하락·중동정세 불안…악재 '삼중고'
올해 해외 수주 연간 목표액 300억 달러 달성 어려울 듯
해외시장 진출 기업 활용 '팬데믹 대응 가이드라인' 지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건설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유가하락,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해외건설 시장 상황이 악화일로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입국 제한조치를 단행하거나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가면서 공기지연과 발주·계약 연기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시장인 중동과 동남지역 일부 국가의 봉쇄조치가 계속되면서 지난달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수주액이 올해 초와 비교해 3분의 1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300억 달러)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해외건설 공사 중단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해외 9개 국가에서 10개 사업장의 공사 발주가 연기됐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방지를 위한 모든 이동을 제한하면서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의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삼성물산의 쿠알라룸푸르 복합몰·오피스 등 빌딩 공사와 대림산업의 울사도(ULSADO) 정유공장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발주도 연기되고 있다. 지난달 발주 예정이었던 UAE 하일&가샤 가스전 개발공사는 입찰 아예 취소됐다. 또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공사도 지연됐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칼리만탄으로 수도를 이전하는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했다. 수도 이전 프로젝트가 언제 재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 페루 공항1단계 공사와 홍콩 통합 크리스천병원 공사도 다음달로 미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건설사의 지난달 해외 건설 수주액은 18억2989만 달러에 그쳤다. 전월 37억2232만 달러 대비 반토막이 났다. 또 지난 1월 56억4603만 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1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와 유가 폭락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올해 해외 수주 연간 목표액인 3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건설사업에 국내 건설기업의 88%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 수행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건설 이슈와 대응 보고서’애 따르면 현재 해외사업을 수행 중인 건설기업,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업 88%는 해외 건설사업 수행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건설사와 설계, 엔지니어링 기업 등 총 25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해외사업에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32%(8곳)가 ‘매우 심각하다’, 56%(14곳)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영향이 없다’고 밝힌 응답사는 4%(1곳)에 그쳤다. 예정사업에 대해선 ‘매우 심각’ 36%(9곳), ‘심각’ 56%(14곳)로, 92%(23곳)가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현재 건설 사업을 수행 중인 기업들은 ▲입국 제한 등으로 인한 한국인 인력 파견 어려움(29%) ▲발주국의 행정 조치에 따른 현장 축소 운영(21%) ▲현지 국가의 봉쇄 조치에 따른 현장 폐쇄(21%)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또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정부 지원 방안으로 ‘한국 인력 입국 제한 조치 완화 및 해제 노력 지속’(35%)과 ‘공기 연장에 따른 계약 분쟁 시 법률 자문’(27%), ‘국내 기업의 해외공사 코로나19 대상 사례 공유’(18%), ‘정부 차원의 방역용품 지원을 통한 국가 및 기업 이미지 제고’(15%)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은 각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공사가 지연되거나 예정된 수주나 발주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건설 현장의 공사가 중단되면서 현장 직원들과 함께 매일 현지 상황을 공유하면서 공사 재개나, 인력 충원, 자재 수급 등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의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손태흥 건산연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건설사업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 방안을 기반으로 정부의 조속한 대응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며 “사업 수행 주체인 기업도 대응 체계를 마련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연구위원은 “정부는 해외시장에 진출한 개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팬데믹 대응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입국 제한 등 조치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계약 클레임 법률 자문 지원을 비롯해 해외사업 수행 기업의 코로나19 대응 사례 공유, 코로나19 종식 이후 시장 진출전략 수립과 시행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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