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태어난 전기차…배터리 업고 인류 생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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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1일 0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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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26일 경기도 김포시 한국타임즈항공에서 공개된 테슬라 모델 S P100D. (테슬라 제공) 2018.2.26
2018년 2월26일 경기도 김포시 한국타임즈항공에서 공개된 테슬라 모델 S P100D. (테슬라 제공) 2018.2.26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전기자동차가 이미 200여년 전에 나왔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사실이 그렇다. 처음엔 주목받았지만 곧이어 몰락한 전기차는 100년 후 다시 화려하게 등장했다. 앞으로 전기차가 가솔린 차를 제칠 수 있는지 여부는 ‘배터리’가 관건이 됐다.

1824년 헝가리의 아니오스 예들릭(Anyos Jedlik)는 자신이 발명한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작은 모형 자동차를 만들었다. 실제 사람이 타진 못했지만 오늘날의 형태를 갖춘 전기차의 시초로 꼽힌다.

이후 1884년 영국의 토마스 파커(Thomas Parker)가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라 불리는 전기차를 공개했고 1886년 판매돼 일반인도 탈 수 있었다. 세계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 판매가 1891년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5년 먼저 탄생한 셈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앞설 수 있었던 건 구조가 간단해서다. 실린더 안에서 폭발로 생긴 피스톤의 운동으로 바퀴를 돌리는 내연기관차는 엔진·클러치·변속기 등 복잡한 기계장치가 필요하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움직이기에 훨씬 쉽게 개발할 수 있었다.

대중도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에 열광했다. 우선 가솔린 차보다 냄새가 적고 진동과 소음도 덜했다. 또 크랭크를 돌려야 하는 내연기관차보다 시동도 쉽게 켜졌고 기어 조작도 필요 없었다. 이 때문에 당시 유럽 상류층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 ‘마담차’로 불리기도 했다.

성능도 뛰어났다. 1899년 벨기에의 카밀 제나치(Camille Jenatzy)는 자신이 개발한 전기차 ‘라 자메 콩탕트(la Jamais Contente)’를 타고 인류 처음으로 육상에서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달렸다. 포르쉐가 1898년 내놓은 첫 상용차도 전기차였다. 1900년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의 점유율은 38%에 달할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전기차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우선 배터리가 무겁고 긴 충전시간 때문에 마음대로 운행하기엔 제약이 많았다. 또 20세기 초반 미국 텍사스에서 거대 유전이 발견되면서 휘발유 가격도 저렴해졌다.

결정적으로 1913년 미국의 포드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대량 생산하면서 내연기관차의 단가가 크게 낮아졌다. 1916년 포드의 ‘모델T’는 440달러에 팔렸지만 전기차의 가격은 그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자동차는 본격적으로 대중화됐지만, 전기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라졌던 전기차가 다시 주목받게 된 건 100년이 지난 21세기 초반이다. 여기에는 ‘배터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빨리 충전되고 출력 밀도가 높으며 가볍기까지 한 리튬이온전지가 등장한 것이다. 전기차는 과거 몰락의 이유가 됐던 짧은 주행거리, 큰 차량 무게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심장이 생겼다.

여기에 ‘환경’이라는 바람도 불었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유럽·미국은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환경 규제도 강화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으로 각국의 구체적인 탄소감축 목표량이 제시됐고, 일부 국가는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는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기도 했다.

전기차 부흥의 선봉에는 미국의 테슬라가 섰다. 완성차 생산업체들은 자신들의 내연기관차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전기차 개발에 소홀했지만, 2003년 창업한 테슬라는 처음부터 전기차에 뛰어들었다. 이후 5년 만에 최고 시속 209km, 한번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로드스터를 내놨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면서 완성차 업체들을 단번에 따라잡았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도 수직상승했다. 전날(30일) 기준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1474억달러(약 180조원)로, 폭스바겐(770억달러)의 두배가 넘는다. 같은 미국 기업인 GM(341억달러)과 포드(209억달러)를 모두 합쳐도 테슬라의 절반에 못 미친다.

상승 폭도 가파르다. 지난해 12월26일 기준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766억달러로 전세계 1위인 도요타(2309억달러)의 3분의1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날까지 도요타의 시가 총액(2056억달러·4월30일 기준)은 다소 하락했지만, 테슬라는 1474억달러로 급상승하며 4개월 만에 3분의 2 수준까지 따라왔다.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였던 주행거리는 배터리 기술 향상으로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충전시간이 다소 길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문제 정도가 남아있다. 조만간 이런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내연기관차는 더 이상 전기차와 경쟁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BNEF는 오는 2040년 전기차가 전세계 승용차 시장의 5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도 이런 대세에 힘입어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LG화학 등 국내 3사의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합계는 15.8%로,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중국 등 경쟁 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업체들은 해외 공장 증설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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