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두고 들끓는 통합당…영남권 중심 조직적 반발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6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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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참패한 미래통합당을 수습하기 위해 출범할 예정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둘러싼 통합당 내 갈등 양상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한 영남권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8일 당 전국위원회가 제대로 열릴 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 차기 대선 주자들이 공개적으로 ‘김종인 비토론’을 주도하고 있는 양상이어서 당심(黨心)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패한 인사(김 전 위원장)가 전권을 가진 채 기한도 정하지 않고 당을 운영하면서 대선주자를 자기가 정하겠다는 행동을 하는 건 당원·대의원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현명한 당원, 대의원들은 김 전 위원장의 ‘개혁 팔이’ 실체를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이 과거 기소돼 확정판결까지 받은 두 건의 뇌물수수 사건을 잇따라 거론하기도 했다. 1993년 동화은행 사건에서 김 전 위원장이 노태우 정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일 때 2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것과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이 역시 뇌물죄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를 포기한 사건이다. 홍 전 대표는 “경제수석이 아니라 2년 동안 뇌물 브로커를 한 것”이라며 “헛된 노욕으로 당을 이끌면 그 파열음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진다. 공적 생활을 정리하시고 정계에 기웃거리지 마시라. 그만하면 오래도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총선에서 자신의 계파 상당수가 당선된 유승민 의원 진영에서도 ‘김종인 비대위 반대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유승민계의 수장 격으로 3선이 되는 조해진 당선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지역구(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등에선 ‘왜 스스로 반성하고 개혁하지 못하냐’는 말이 많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인 상황”이라며 “유 의원 역시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유 의원은 지난주 방송 토론에서 “비대위를 한다고 해서 금방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면서 “적당히 비대위에 맡기고, 시간이 지나 대선이 다가온 상태에서 또 이러고 있다면 보수 야당은 정말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또 “패배 원인을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알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도 했다.

때문에 전국위를 하루 앞둔 27일 예정된 3선 당선인 모임에선 조직적인 반발 성명이 나올 조짐도 감지된다. 3선에 오른 김태흠 의원은 “전국위에서 추인되더라도 당선인 대회나 추후 당 운영에서 더 큰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예정된 전국위 자체를 일단 보류해야 하며 이에 대한 3선들의 성명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2016년 5월 새누리당 비대위 출범을 인준할 전국위가 친박(친박근혜) 중심의 반발로 무산된 전력도 있고, 2017년 1월 친박 인사들에 대한 인적쇄신안을 처리하기 위한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된 적도 있다.

반대론이 거세지자 김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지금 비대위원장감으로 김 전 위원장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나”라면서 “‘전국위가 열리면 비대위원장 선임에 딴지걸겠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우리 당은 스스로 궤멸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하태경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40대 기수론’에 찬성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당내 문제는 스스로 정리할 일이지 김 전 위원장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전국위 일정은 28일로 잡힌 이상 더이상 연기할 수 없다“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커도 숫자상으로는 적다. 악쓰는 소수가 있는 반면 말 없는 다수도 있다“고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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