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무기한 전권’ 요구에 통합당 내 “오만한 권위주의” 반발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23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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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설문 만으로 추진 반발…자강 필요성 대두
김종인 요구에 "권위주의", "비민주적 발상"등
심재철 "얼토당토 않아…직접 물어봐야" 진화
김무성 등 비박계 중진 논의…재선 당선자도

미래통합당 내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그가 ‘무기한 전권’까지 요구하자 “당을 얕보는 처사”, “오만한 권위주의”란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강행하려 하자 반대 기류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당대회를 7월, 8월에 하겠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비대위원장 제안을) 할 필요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당 상황을 봤을 때 (당 재건) 준비에 대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무기한을 요구했다.

당헌·당규에 얽매이지 않는 권한도 요구했다. 그는 “비상대책이라는 것은 당헌·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면서 “국가가 비상 상태를 맞아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 헌법도 중지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장이 되면 전권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는지에는 “당연히 그렇게 된다”고 답했다.

당내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무기한 전권’ 요구에 크게 반발했다. 그렇잖아도 당내에선 충분한 논의 없이 전화 설문 만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한 심재철 권한대행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당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비대위 체제’가 거론되는 관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비대위 체제’가 아닌 ‘자강’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김선동 미래통합당 의원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나는 외부영입보다 자강론을 폈다. 이번에는 우리 스스로 하는 비대위를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앞서 비대위를 몇 번 해보았으니, 훈장님 모셔다 학생들이 회초리 맞는 방식보다 이제 한 번 스스로 반성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제대로 된 우리 쇄신이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조해진 통합당 당선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비대위를 도입하는 것은 당이 정상이 아니라고 스스로 자백하는 것”이라며 “힘들어도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체제로 당을 운영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정도”라고 주장했다.

전날에도 당 중진인 조경태·정진석·김영우 의원과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 윤여준 전 장관 등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들은 “걸핏하면 비대위 체제”, “희생양 데려와 위기 모면하려는 일시적 방편”, “당내 논의가 산으로”, “비민주적 발상에 창피한 노릇” 등 강도높게 비판했다.

선거 참패 책임은 지지 않고 당 비판만 하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한 날선 목소리도 이어졌다.

조 당선자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여야를 몇 번이나 넘나든 경력은 전문성과 능력을 상쇄할 정도로 국민 상식과 순리에 맞지 않다”며 “비록 보름 정도 밖에 선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당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무제한 임기와 당헌당규를 초월하는 전권을 요구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오만한 권위주의”라며 “투표로 선출되는 원내대표와 당 대표도 임기가 있는데 민주적 정통성 없는 비대위원장이 무제한 임기를 요구하는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가”라고 힐난했다.

그런 김 전 위원장에게 당을 맡기는 것에 대한 탄식도 흘러나왔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였던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가 아닌가”라며 “그럴바엔 차라리 헤쳐모여 하는 것이 바른 길 아닌가. 최소한의 자존심 마져 버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당내 불만에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하고 있는 심 권한대행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이 무기한이라거나 전권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나. 7~8월 전당대회는 곤란하지 않겠냐고 했지”라고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비대위원장 무기한이 가능하겠나.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다. 오늘 저녁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데 얘기를 좀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당내 의원들이 하나둘 모여 당 재건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전날 당 중진인 김무성 의원은 비박계 의원 10여명을 불러 만찬을 함께했다. 탈당한 이은재·권성동 의원 포함 김성태·강석호·홍문표·여상규 등 중진급이 주축으로 모였다.

이 자리는 선거가 끝난 뒤 안부를 묻고 정보를 교환하는 친목 자리로 전해진다. 다만 당 상황이 위기에 처한 만큼 당 재건을 위한 논의도 병행된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통합당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정보도 교환하고 가능하면 기회도 도모할 수 있는 그런 자리였다”며 “어떤 구체적 논의로 전개되거나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의원들이 더 추가돼 주기적인 모임으로 발전할 것 같다”고 전했다.

21대 총선에서 재선 당선된 의원들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머리를 맞댔다. 재선 당선자 19명 중 김성원·곽상도·박성중·송언석·정점식·추경호 등 13명 의원들이 모임에 참석했다.

김성원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축하 인사보다 나라 걱정하는 얘기를 많이 할 것 같다. 국민들께서 당을 걱정하는 것에 송구스럽다”며 “중차대한 위기 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21대 국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재선 의원들을 모시고 의견을 나누려 한다. 당이 제대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의견을 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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