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의총 ‘내부인사 비대위’ 우세… 당선자 대회서 논의하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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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 체제 등 놓고 격론
“대권 리더십 없인 성공 확률 낮아”… ‘외부인사 비대위’ 큰 호응 못얻어
최고위 ‘신속한 비대위’ 주장에도 수습책 결론 못내 혼란 계속될 듯

총선 이후 첫 의원총회 미래통합당은 20일 4·15총선 이후 처음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재원 정책위의장,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총선 이후 첫 의원총회 미래통합당은 20일 4·15총선 이후 처음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재원 정책위의장,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 후 20일 첫 의원총회를 열고 당 수습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일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의원총회에서는 내부 인사로 비대위를 꾸린 후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우세했다. 총선 참패에도 당 수습책을 조기에 매듭짓지 못한 채 혼란이 계속되면서 통합당의 지도부 공백 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비대위 놓고 아직도 갑론을박


통합당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신속하게 비대위로 가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신속히 돌입하겠다는 취지였다.

당 내부에서는 청년들이 비대위에 참여해 ‘혁신조직’으로 만들자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30대 후보로 서울 도봉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재섭 후보(33)는 이날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나 “지원유세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는 △김종인 등 외부인사 비대위 체제 △내부 인사 비대위 출범 후 8월 전당대회 개최 △비대위 없이 조기 전대 등의 방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토론 결과 내부 인사로 비대위를 꾸리거나 조기에 전당대회를 개최해 차기 지도부를 정식으로 출범시키자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흠 의원은 “외부 인사를 들여 당을 맡기는 것은 주체성이 없는 것”이라고 했고, 박성중 의원도 “‘자체 역량을 가지고 정상적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라고 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을 내부 인사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준석 최고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인사 비대위’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김성태 의원은 “우리끼리 진단하고 처방해서 치유될 사항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의총은 결국 결론 없이 끝났고, 이번 주 중 당선자 대회를 열어 더 논의하기로 했다. 김성원 등 많은 의원들이 “낙선자가 대거 포함된 의원총회가 아닌 당선자 대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결과다. 심 권한대행도 의총 직후 “조기 전대로 갈 것인가, 비대위 체제로 갈 것인가만 논의했다”며 “당선자 의견까지 취합해서 따를 생각”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 “공천권-대권 리더십 없이 성공 확률 낮아”


의총에서 이런 논란이 이어진 이유는 과거 비대위 체제가 성공한 사례가 적었기 때문이다. 2016년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선동 의원은 “비대위는 이미 여러 차례 해봤다. 이젠 우리 스스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미래를 위해 뭘 해야 할지 충분히 알고 있지 않나”라며 ‘김종인 비대위’ 등에 반대했다.

2016년 6월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패한 뒤 출범한 김희옥 비대위는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계파 갈등 속에 2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된 뒤 출범한 인명진 비대위는 ‘탈당 러시’를 막아 당을 유지하는 데 진력을 쏟았다. 2018년 지방선거 패배 뒤 출범한 김병준 비대위는 현역 의원 21명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하는 등 인적 쇄신을 주도했지만, 공천 시기가 아니어서 지도부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2011년 박근혜 비대위는 2012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었고, 비대위원장 본인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였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 역시 공천권을 바탕으로 성공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이 성공하려면 당을 장악할 수 있는 공천권 또는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리더십,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이지훈·최우열 기자

#미래통합당#의원총외#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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