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군사합의로 우발충돌 방지” vs “안보무력화 정책 재검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9일 1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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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여야 의원 초청 토론회
남북 9·19군사합의 안보 영향 공방

총선 이후 한반도 안보 정세
화정평화재단 주최로 18일 오전 ‘여야 의원 당선자 초청토론회’가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리고 있다. 이 날 행사에는 조태용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자와 김병주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참석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총선 이후 한반도 안보 정세 화정평화재단 주최로 18일 오전 ‘여야 의원 당선자 초청토론회’가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리고 있다. 이 날 행사에는 조태용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자와 김병주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참석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반도가 긴장 상태에서 평화로 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북한이 9·19 군사 합의로 대남 감시 능력이 떨어져 전혀 앞을 볼 수 없게 됐다면 우리는 시력이 5% 가량 낮아진 것이다”(김병주 더불어시민당 당선자·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휴전선 감시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등 안보에 역행하는 것으로 폐기하고 재협상해야 한다”(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자·전 외교부 1차관)

김병주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김병주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제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된 여야당의 외교 안보 전문가는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이 18일 마련한 초청 토론회에서 남북 관계에 대한 핵심 현안인 9·19 합의에 대해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두 당선자는 양당이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가로 영입한 인물들이다.

김 당선자는 “처음 휴전선과 비무장 지대를 설정할 때에 비해 무기 체계가 많이 달라진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 당선자는 “9·19 합의를 보고 이를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됐다”고 말하고 “서해 5도 방어에 큰 구멍을 낸 합의를 한국군이 동의했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태용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자.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조태용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자.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조 당선자는 “여당이 총선 압승으로 지난 3년의 남북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여유를 가지고 원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에 김 당선자는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상생과 협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 안보 능력 더 높아져 V 북한 핵 무장한 상황에 무슨 의미

김 당선자는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이 한국을 3년 전 세계 11위에서 올해 3월 6위로 올렸다”며 “한국의 국방력은 지난 5000년 역사에서 가장 강하다”고 말했다. 남북 화해 정책으로 무장 대비 태세가 낮아지거나 한미 동맹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가짜 뉴스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를 추구한다는 비전에 공감해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총선 공약에도 ‘세계 군사 5대 강국’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여당 당선자가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해 놀랐고 기쁘다”며 “다만 북한의 핵보유로 비대칭적 위협이 커진 것은 물론 재래식 전력도 열세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가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지만 ‘북한 비핵화, 힘을 통한 평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미사일 역량 등 남한의 군사력 강화도 외부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당선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지만 김정은이 한미 합동 억제력이 약해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문제”라며 “조건에 기반한 전환이므로 조건이 충족됐는지 객관적인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지 않고 이뤄지는 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응수했다.

●중국과 ‘만남의 외교’ 이상 추구, 한일 관계 더 악화 말아야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북한이 핵으로 무장한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 위주로 세계 5대 강국이 된 들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한-중 관계에서 중국은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분명한데 한국은 정상간 만남 자체에 더 비중을 두는 ‘만남의 정치’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하반기에 시 주석이 방한하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한한령(限韓令) 등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는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당선자는 ”시 주석 방한이 이뤄지면 그 자체로도 큰 성과가 되겠지만, 경제 보복 해제 측면에서도 일정한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간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박철희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는 머리를 숙이면서 일본에는 감정적으로 대하는 불균형성, 비대칭성이 있다”며 “반일 정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대일 강경 일변도를 유지하는 것은 하수의 정치”라고 지적했다. 한일 양국이 코로나 극복을 위한 협력 과정에서 반전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대도 있었다.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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