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정치 바꿔라” 채찍질 한 민심… 응답하라, 여의도 새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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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총선압승 이후]16년만의 ‘초선 과반’ 의미는

21대 국회에서 새로 정치권에 유입되는 초선 의원 비율은 16년 만에 전체의 절반을 넘는 151명(50.3%)이다. 반면 4선 이상은 33명으로 전체의 11%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중진 의원들이 대거 물갈이 되고,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수혈됐다는 의미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회의원 당선자 현황에 따르면 정당별 초선 의원 수와 각 당내 비율은 더불어민주당 68명(41.7%), 미래통합당 40명(47.6%)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비례전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명 전원이 초선이고, 미래한국당은 정운천 의원 한 명을 제외한 18명이 초선이다. 이 밖에 정의당 5명, 국민의당 1명, 열린민주당 2명이 초선이다. 이는 17대 총선(188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18대는 134명, 19대는 148명, 20대는 132명이었다.

초선 의원이 늘어난 것은 공천 과정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진행한 영향이 가장 크다. 통합당에서는 현역 50% 교체 비율을 목표로 대대적 컷오프를 진행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민생당 중진의원들이 포진해 있던 호남에서 정치 신인들이 대거 당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호남 지역 28개 지역구 중 17개(60.7%) 지역 당선자가 민주당 초선이다.

각 당 당선자의 절반가량이 초선으로 채워지면서 21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대한 관심도 한층 커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과제 달성에 초선들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 분야에서는 수원지법에서 재직하다가 올해 1월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수진 전 부장판사(서울 동작을)가, 경제 분야에서는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 이용우 당선자(경기 고양정) 등이 눈에 띈다.


통합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맞설 적임자로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인 김웅 전 검사(서울 송파갑)가 자주 거론된다. 탈북자 출신 첫 지역구 당선자인 태구민(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서울 강남갑)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낼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초선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당에 활력이 돈다”는 게 정설처럼 여겨진다.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초선들이 주도했던 ‘미래연대’는 소장파 모임의 전형으로 꼽힌다. 당시 초선 의원이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병국 의원과 ‘남원정’으로 불리며 당내 정풍운동을 주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9년 5공 청문회 때 스타로 주목을 받은 것도 13대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시절이다.

초선들의 활력이 과해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17대 국회에 대거 입성한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108명은 ‘108 번뇌’라 부를 정도로 좌충우돌했다. 당시 초선이었던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중진 의원을 가리키며 “내 군기를 잡겠다고 하면 귀를 물어뜯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19대, 20대 국회를 지나며 초선들의 존재감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주로 갑의 위치에서 상대방에게 지시하는 데 익숙한 전직 장관, 법조인 출신 초선들이 많아지다 보니 연령대가 높아졌고, 초선들이 당에 쓴소리를 하기보단 다음 공천 티켓만을 바라보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 국회 관계자는 “18대 국회까지만 해도 초선들이 주요 정치 개혁 이슈를 던지곤 했는데 20대 국회에선 초선발 정풍운동이란 말 자체가 사라졌다”며 “새 정치는 새로운 사람들이 일으켜야 하는 만큼 16년 만에 전체의 과반을 차지한 초선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강성휘 기자
#21대 국회#당선자#초선 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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