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 진신사리 봉안한 보물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 된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17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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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한 국내 유일의 모전석탑인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水瑪瑙塔)이 국보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오는 23일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보물 제410호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을 국보로 지정 예고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수마노탑이 있는 정암사는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로부터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받아 귀국한 뒤 643년(선덕여왕 12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정암사에는 수마노탑을 바라보는 자리에 적멸보궁이 자리 잡고 있다. 통도사, 오대산 중대, 법흥사, 봉정암의 적멸보궁과 더불어 국내 5대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은 법당 내에 부처의 불상을 모시는 대신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법당으로 바깥이나 뒤쪽에 사리탑이나 계단을 설치해 봉안한다.

수마노탑이라는 명칭은 불교에서 금·은과 함께 7가지 보석 중의 하나로 여겨지는 마노(瑪瑙)와 관련이 있다. 자장율사가 진신사리를 갖고 귀국할 때 서해 용왕이 자장의 도력에 감화해 준 마노석으로 탑을 쌓았고 물길을 따라 가져왔다고 해 ‘물 수(水)’ 자를 앞에 붙여 수마노탑으로 불렀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총 길이가 9m에 달하는 수마노탑은 석재를 벽돌형태로 가공해 쌓은 모전(模塼)석탑이다. 화강암 기단 위에 세워진 1층 탑신에 감실(龕室·작은 불상 등을 모셔둔 곳)을 상징하는 문비(門扉)가 있고 그 위로 정교하게 다듬은 모전석재를 포개어 쌓았다.

옥개석 위 낙수면과 아래 층급받침의 단 수를 층별로 일정하게 더해 쌓았다. 국보 제30호인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등 신라시대 이래 모전석탑에서 시작된 조형적인 안정감과 입체감, 균형미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며 늦어도 고려시대 이전에 축조된 것을 알 수 있다.

1972년 수마노탑 해체 당시에 함께 나온 탑지석(탑의 건립 이유, 수리 기록 등을 적어 탑 안에 넣어두는 돌)은 조성역와 조탑기술 등을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다. 또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국보 제21호)·다보탑(국보 제20호)을 포함해 탑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희소한 탑이기도 하다.

기단에서 상륜부까지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모전석탑으로, 석회암 지대인 지역 특성을 반영해 고회암(苦灰巖)으로 제작됐다. 쇠퇴한 산천의 기운을 복돋운다는 ‘산천비보(山川裨補) 사상’과 사리신앙을 배경으로 높은 암벽 위에 조성된 특수한 석탑이라는 특징도 지닌다.

특히 탑지석을 비롯한 자료에서 수리기록과 연혁을 알 수 있고 모전석탑으로 조성된 진신사리 봉안탑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점에서 국보로서의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경상북도 안동시에 있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41호 ‘안동 봉황사 대웅전’은 같은 날 보물로 지정 예고된다.

봉황사 대웅전은 건립 시기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대웅전의 내력을 추론해 볼 수 있는 사찰 내 각종 편액(扁額)과 불상 대좌의 묵서, 근래에 발견된 사적비와 중수기 등을 종합해볼 때 17세기 후반 무렵 중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전은 삼존불을 봉안한 정면 5칸의 대형 불전이며 팔작지붕을 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3칸 불전에 맞배집이 유행하던 것에 비해 돋보이는 형식이며 전면의 배흘림이 강한 기둥은 조선 후기에 찾아보기 어려운 양식이다.

대웅전의 외부 단청은 근래에 채색됐지만 내부 단청은 17∼18세기 재건 당시의 상태를 온전하게 잘 보존하고 있다.

특히 내부 우물반자에 그려진 용, 금박으로 정교하고 도드라지게 그려진 연화당초문 등이 17∼18세기 단청의 전형을 보여준다. 전면의 빗반자에 그려진 봉황은 연꽃을 입에 물고 구름 사이를 노니는 모습을 띠고 있어 봉황사라는 사찰의 유래와도 관련된 독특한 것으로 평가된다.

17세기 말에 건립된 이후 여러 차례 수리를 거쳤으며 정면 5칸의 당당한 격식을 간직한 조선 후기의 불전이다. 공포부를 비롯한 세부는 19세기 말 이뤄진 수리 흔적이 담겨있으며 전면과 옆면, 뒷면 공포가 서로 다른 것은 조선 말기 어려웠던 안동지역 불교계가 반영돼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또 천장의 우물반자에 그려진 오래된 단청과 빗반자의 봉황 그림 등 뛰어난 실내장엄 등이 높게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한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과 보물로 지정 예고한 안동 봉황사 대웅전에 대해 30일간 예고기간을 통해 의견 수렴 및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 등을 거쳐 각각 국보와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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