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숨진날, 트럼프 “경제 정상화 준비… 결정기준? 내 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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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美, 코로나 사망자 세계 최다
경제정상화委 운영계획 발표… 근거묻자 “정보와 본능에 의존”
파우치 “바이러스가 시기 결정” 반박… 의회, 정부대응 문제점 조사 추진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망자가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며 경제 활동을 재개할 뜻을 밝혔다. 이에 파우치 소장은 “경제 활동 재개 시점은 바이러스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AP 뉴시스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망자가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며 경제 활동을 재개할 뜻을 밝혔다. 이에 파우치 소장은 “경제 활동 재개 시점은 바이러스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규모가 세계 최대로 올라서는 등 피해가 확산되면서 미국인들의 공포와 불안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완화하고 조만간 경제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 판단의 근거와 향후 부작용 등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트럼프 “본능에 의존해 결정”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14일 경제 활동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위원회의 인사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이) 정점 근처까지 왔다”며 “우리는 (경제 재개 관련) 결정을 내릴 것이고 바라건대 옳은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미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신규 사망자가 하루 기준으로 2000명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경신한 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정상화위원회’는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중심으로 사실상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30일까지 연장된 가이드라인의 시한이 종료되면 5월부터는 순차적으로 경제 활동을 일부라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

그러나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완화하는 기준과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심지어 ‘본능(instinct)’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본능과 참모진들이 주는 정보의 조합에 근거해 결정한다”며 “많은 사실(facts)만큼이나 본능에도 의존하며, 좋든 싫든 여기에는 특정한 본능 같은 것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브리핑에서는 관련 질문에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이게 내 측정 기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조속한 경제 활동 재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0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경제 활동 재개 시점은 (정부가 아닌) 바이러스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도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5월 경제 활동 재개 방침에 관해 “계속 낮은 발병률을 보인 곳들에 대해 검사와 감시, 공중보건 후속조치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일부 지역에서는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솔직히 전국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측근들도 “트럼프, 브리핑 중단해야”

위기 상황에서도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브리핑을 놓고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우려와 함께 이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하루 1, 2시간씩 직접 브리핑을 진행하고 기자들과 문답을 하면서 기존 발언을 수시로 뒤집고 의료 전문가들과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되레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그가 모든 질문에 직접 대답해야 한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며 “전문가들이 말하고 언론 질문도 전문가들이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뼈 있는 조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때로 자신의 메시지를 잠식시켜 버린다”며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브리핑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의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문제점을 들여다보기 위한 조사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조사에 앞장섰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이 이번에도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는 10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조사할 초당적 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정치적 비난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수로부터 배움으로써 역사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막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코로나19#미국 피해#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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