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쏟아지는 경제위기 장기화 경고, 규제완화·유동성 공급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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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17일 열릴 춘계 회의를 앞두고 9일 공개한 개막연설문에서 올해 세계경제가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최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악화 발언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지만 IMF 총재의 발언 추이만 보더라도 이번 코로나19 쇼크가 얼마나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는 지난달 23일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는 “내년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했으나 이달 4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 후 불과 5일 만에 1929년부터 약 10년간 지속된 대공황과 비교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내놓은 연구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위기를 악화시킨 미국 정책과 유사한 패턴을 밟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대공황 초기 1933년 국가산업진흥법을 제정해 최저임금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 생산량 제한 등 반시장적 정책을 시행했다. 그 바람에 경제가 더 바닥으로 떨어졌고 회복이 지연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한국이 취했던 것과 비슷한 정책 흐름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업종별 15개 단체의 의견을 취합해 유동성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 등 공통 건의사항을 내놓았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 코로나 불황의 여파가 심각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대증요법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비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가계소비 감소와 기업 실적 악화로 세금수입이 크게 줄 게 뻔한 사정이다. 한정된 재원을 투입할 대상과 규모는 반드시 길어질 침체 상황을 고려해 냉철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일시적 애로를 겪는 기업은 살리되 이전부터 산소호흡기에 연명해온 좀비 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정리하는 방향으로 재원이 활용될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 불황은 공급과 소비, 실물과 금융이 한꺼번에 타격을 입은 유례없는 상황이다. 경제운용방식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가 없다. 이번 불황을 기존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서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경제위기#규제완화#유동성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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