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명인열전]“제주 국제전기차엑스포를 ‘전기차 다보스포럼’으로 만들 것”

임재영 기자 입력 2020-04-13 03:00수정 2020-04-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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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김대환 세계전기차협회장
김대환 세계전기차협회 회장이 제주시 아라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서 전기자동차에 충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제주에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전기자동차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8일 오후 제주 제주시 아라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한라산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연면적 4000m² 규모의 건물이 이달 말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김대환 세계전기차협회 회장 겸 제7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장(60)이 평생 일궈온 ㈜대경엔지니어링 신사옥이다. 건물에 필요한 전기를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에너지 자립 빌딩이다.

이 건물에는 전기충전기 및 전기자동차(전기차) 종합관제센터와 홍보 및 전시관, 연구개발실 등이 들어선다. 제주지역 실정에 맞는 전기차 충전기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 회장은 6년 전 회사 운영을 아내인 허경자 대표에게 맡겼다. 제주에서 매년 개최하는 국제전기차엑스포에 힘을 쏟아붓기 위해서다.

○ 전기자동차 확산의 주역

제7회 국제전기차엑스포는 당초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구촌을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2014년 제1회 엑스포가 개최된 이후 제주지역에서 ‘전기차’ 하면 떠올리는 이가 바로 김 회장이다. 엑스포가 아니더라도 2030년까지 제주지역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제주도 역점사업인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CFI)’ 프로젝트의 시작에서부터 김 회장은 상당한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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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제전기차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국내외 전문가 200명으로 구성한 조직위원회를 출범시켜 체계적으로 준비했습니다.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돌아다닌 결과 정부 예산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전기차 관련 기업과 전문가들의 문의가 많았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언제든 엑스포를 개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겁니다.”

제주에서 열리지만 ‘제주’를 대회명에 붙이지 않은 이유가 있다. 지역 행사가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전기차엑스포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전기와 내연기관이 함께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차량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순수 전기차로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모터쇼와 성격이 다릅니다. 모터쇼가 전시행사를 통해 차량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라면 전기차엑스포는 단순히 전시에만 머물지 않고 전기차 국제표준포럼 등을 통해 전기차 분야 트렌드를 주도하고 다양한 정책과 전문지식을 공유합니다. 기존 메이저 기업 외에 신진 기업에도 기술과 제품을 선보일 기회를 주는 게 특징이죠.”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제주지역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전기차를 보유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제주도는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를 민간·공공 부문을 합쳐 8761대로 정했다. 목표를 달성하면 제주지역 전기차는 모두 2만9700여 대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정부의 차량 구입비 지원으로 전기차가 보급된 이후 줄곧 최고 보유 지역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제1회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전기차 역사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41개사가 참여한 행사에 관람객 4만7000여 명이 몰렸습니다. 업계와 정부 부처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에 깜짝 놀랐죠. ‘제주에서 무슨 차 엑스포냐’는 핀잔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 해마다 성장하는 국제전기차엑스포

국제전기차엑스포 탄생의 시발점은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이웃한 가파도였다. 가파도 젊은이들이 섬을 떠나자 김 회장은 ‘1사1촌’ 자매결연을 하고 도배, 전기공사, 집수리 등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여기에 교수, 금융인, 사업가, 엔지니어 등이 참여한 ‘가파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사모)을 2009년에 만들었다. 이들은 가파도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 섬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CFI 프로젝트가 가파도에서 시작된 셈이다. 가사모 활동을 통해 2012년 4월 국제녹색섬포럼이 설립됐고 포럼은 국제전기차엑스포의 산파 역할을 했다.

2009년 말부터 제주시 구좌읍 일대에서 추진된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실증단지의 참여 기업 등이 힘을 합친 제주스마트그리드기업협회의 도움도 컸다. 제주를 지속가능한 녹색 섬으로 만들고 글로벌 강소기업을 키우고자 했던 이들의 비전은 ‘전기차’로 모아졌다. 국제녹색섬포럼과 제주스마트그리드기업협회 관계자들이 발품을 팔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회를 설득했고 마침내 2013년도 제주광역경제권 휴양형 마이스(MICE) 프로젝트의 하나로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국제전기차엑스포는 해를 거듭하면서 세계 전기차 산업의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행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엑스포 개최 의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있었고 집행자금 정산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전기차 산업을 선점하고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진정성을 조금씩 알아주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기대

김 회장은 엑스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전기차협의회(GEAN) 설립을 주도했다. 세계 각국의 중앙 및 지방정부, 연구기관, 기업, 전문가들의 다양한 정책과 경험 등의 공유와 전기차 산업 발전 및 보급을 위해 제3회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GEAN을 출범시켰다. 이를 계기로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열리는 기간에 세계전기차협의회 정기총회와 정책포럼이 열린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이 아닌 모빌리티 산업, 즉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5G,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과 융합해 스마트화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활용 분야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세계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그 성과를 거두는 일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강원 횡성군 출신인 김 회장은 1983년 군 복무 때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서귀포시 상예동 육군 휴양소에서 현역병으로 복무하다가 제대 후 시설파트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눌러앉았다. 1995년 회사를 설립하고 최근에는 강원도에 있는 아버지 묘를 이장해 와 ‘제주 입도 1세대’로 정착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3관왕을 보유한 청정 환경의 섬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주민 1만 명이 안 되는 스위스 다보스가 매년 다보스포럼을 개최해 세계적 명소가 됐듯이 국제전기차엑스포를 ‘전기차 다보스포럼’으로 발전시키는 게 꿈입니다. 젊은이들이 타 지역으로 가지 않고도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할 수 있는 ‘희망의 섬’ 제주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신재생에너지#전기자동차#국제전기차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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