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前 東亞가 그랬듯이… 청년, 오늘도 새로운 꿈을 좇는다

특별취재팀 입력 2020-04-01 03:00수정 2020-04-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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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0주년/청년 100인의 ‘두 번째 돌잡이’]
<상> 스스로 키워가는 또다른 100년
크게보기청년 100인의 ‘두 번째 돌잡이’ 바둑 세계 1인자의 바둑돌, 첫 아프리카계 한국인 모델의 야구공, 여성 복서의 글러브…. 청년 100명이 저마다 꿈을 담은 ‘두 번째 돌잡이’ 아이템을 꺼내 보였습니다. 부모가 정해준 한 살배기 돌잔치와 달리, 이번엔 스스로 그려보는 미래를 담아 골랐습니다.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은 당대의 청년들이 암울한 시대를 이겨내려는 꿈을 담은 두 번째 돌잡이였습니다. 2020년 4월 1일 창간 100년을 맞은 동아일보는 다시 한번 청년에게서 새로운 100년의 답을 찾으려 합니다. 당신은 두 번째 돌잡이로 무엇을 선택하실 건가요. 특별취재팀
“네가 무슨 모델이냐는 말, 수도 없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이 공을 만지작거렸습니다.”

모델 한현민(19)의 꿈은 야구선수였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 집안은 넉넉지 않았다. 그래도 야구가 좋았다. 양준혁 선수, 김응룡 감독의 사인을 받은 야구공이 보물 1호였다. 거기엔 꿈이 담겼으니까.

진로를 바꿔도 녹록지 않았다. 아프리카계 한국인에게 모델은 가파른 산이었다. 수천 번 후미진 골목에서 워킹 연습을 했다. “한 번은 기회가 주어질 테니까.” 공은 둥그니까. 그렇게 걸어간 현민은 미국 시사지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2017년)가 됐다. 그 청년의 ‘두 번째 돌잡이’. 결과는 당연한 듯 집어든 야구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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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라고 무작정 푸른 꿈을 품진 않는다. 진학도 취업도 경기도 갈수록 숨이 막힌다. 하지만 현민이 주위 잣대에 흔들렸다면 ‘아프리카계 한국인 모델’은 탄생하지 않았다. “여자가 왜 그런 운동을 하느냐”는 시선에 굴복했다면, 한국 사상 첫 여자 복싱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국가대표 임애지(21)의 근사한 스트레이트를 볼 수 없었다.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가 그랬다. 암울한 시대에 20대 젊은이들이 희망과 미래를 걸었던 ‘두 번째 돌잡이’가 동아일보 창간이었다.

2020년 4월 1일. 창간 100년을 맞은 동아일보가 청년 100명에게 물었다. 당신의 미래를 보여줄 ‘두 번째 돌잡이’에선 스스로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 다음 세대를 바라보며

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20)은 한참 고민하더니 흰 ‘바둑돌’ 하나를 집었다. 당연해 보이는 수순 앞에 장고(長考)한 이유가 있었다. 바둑계는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압도하는 순간을 일찍 맞았기 때문이다. “어릴 땐 그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꿈꿨어요. 이젠 ‘인간이 두는 바둑’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기사가 목표입니다. 어쩌면 이 돌에 답이 있지 않나 싶어요.”

자기 길에 대한 자부심과 그 미래에 이어질 다음 세대에 대한 사명감. 특히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청년들의 공통분모였다.

‘페이커’란 이름으로 e스포츠를 씹어 먹은 프로게이머 이상혁(24)도 다를 바 없었다.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 트로피’들을 두 번째 돌잡이에서 택했다. 자부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상혁은 “여전히 ‘전자오락’이라 부르는 편견이 한국 사회에는 존재한다. e스포츠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위해 긍지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LOL 국내 랭킹 수위를 다투는 프로게이머 ‘비디디’ 곽보성(21)도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세계 e스포츠를 주름잡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되겠다”며 2년 넘게 쓴 ‘낡은 마우스’를 보여줬다.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26)의 돌잡이는 더욱 또렷했다. 선수 때 쓰던 것보다 3m나 짧은 ‘어린이용 리듬체조 리본’을 갖고 왔다. 그는 “스물세 살에 은퇴한 뒤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신했다”며 “리듬체조를 더 많이 알리는 건, 사랑받았던 선수로서 당연한 일”이라 했다. 연재는 리듬체조 저변을 넓히려 ‘리본 안무’란 장르를 만들어 보급한다. 주니어 선수를 위한 국제대회 ‘리프챌린지컵’도 신설했다. “후배들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하고 은은하게 ‘제 역할’을 하는 게 목표”다.

○ 가려진 길도 뚜벅뚜벅 걸어가리니

동아일보가 만난 청년 100명의 꿈이 모두 여문 건 아니다. 뿌연 앞길을 헤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현재를 부여잡는 지렛대를 꼽았다. 신인 배우 김준환(30)은 ‘우황청심원’을 골랐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땐 반대하던 어머니가 드라마 첫 촬영 전날 “긴장하지 말라”며 꼭 쥐여준, 트로피보다 소중한 보물이다.

순경 시험을 준비하는 김민주(24)는 경찰 마스코트 ‘포순이’ 인형을 침대 맡에 올려뒀다. 방송 PD를 지망하는 강휘규(26)는 밤마다 책상을 밝히는 ‘조명등’을 택했다. 세 번째 대입에 도전하는 정수민(가명·21)이 가방에서 꺼낸 ‘플래너’와 기자를 꿈꾸는 대학생 김창호(19)의 ‘스크랩노트’도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미래의 저금통이다.

3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부에 부임한 김의회 검사(31)는 ‘주택청약통장’을 꺼내들었다. 그에게 정의를 실현한다는 본연의 목표만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보금자리도 중요했다. 예비엄마 전리나(30)는 ‘일기장’을 살포시 배에 올렸다. “쑥쑥이(태명)가 취업과 결혼을 준비할 만큼 자라면 이걸 건넬 겁니다.” 4·15총선에서 첫 투표를 하는 박세연(20)은 ‘전공서적’을 꼽았다. “지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국회의원도 제 할 일을 제대로 할 후보를 골라야죠.”

○ 내가 즐기는 모습 그대로

하고픈 일을 즐기는 ‘덕업일치’(취미와 일의 조화를 일컫는 신조어)도 멋진 미래다. 농심그룹 면(麵)개발팀의 강민제 연구원(30)은 ‘면 덕후’다운 꿈의 직장을 찾았다. 군대에서 행복하게 끓여 먹던 ‘컵라면’을 돌잡이로 잡은 강 씨는 세계에서 사랑받는 라면을 만들고 싶다.

인디뮤지션 서보민(29)은 ‘베이스 기타’를 들어 보였다. 공연 때마다 자신과 한 몸이던 악기. 그는 “뭘 하든 어중간했던 내가 대학 때 처음 잡은 베이스가 인생을 흔들어놓았다”고 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조연출인 최범주 PD(30)는 ‘가수 아이유 사인’을 내보였다. “코팅해서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이유랑 방송하고 싶었는데, 꿈에 조금은 다가간 게 아닐까요.”

포스텍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김현지(26)는 ‘컴퓨터’가 인생 친구다. 어릴 때부터 안고 잘 정도였다는 그에게 돌잡이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스마트폰’ 영업사원인 조영재(27)는 “맘에 드는 제품이 나오면 어떻게든 마련했다. 전자기기를 다루는 것 자체로 가슴 벅차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정양환 사회부 차장 ray@donga.com
조건희 김소민 신지환(사회부) 김수연(정책사회부)
김형민(경제부) 신무경(산업1부) 김재희(문화부)
김은지(산업2부) 조응형(스포츠부) 홍진환(사진부)
이원주 기자(디지털뉴스팀)


청년 100명이 꿈꾸는 100가지 미래, 모바일(www.donga.com/news/y100)로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청년 100인#두 번째 돌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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