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집도 가족도 없는 아란, “홍시 보면 엄마 생각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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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홍시뿐이야/김설원 지음/252쪽·1만3000원·창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나이를 숨긴 채 동네 치킨집에서 일을 시작한 아란의 상황은 막막하다. 임대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엄마는 아란을 또와 아저씨에게 맡기고 사라져버렸는데, 눈치껏 더부살이하던 그 집마저 손만 대면 족족 망하는 장사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파산해버린다. 졸지에 집도 일자리도 가족도 없어진 아란. 부모 품에서 공부하고 투정부리고 철없이 지내야 할 10대 소녀가 마주하기엔 가혹한 현실이다.

이 소설은 파란만장한 아란의 독립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흡인력 있게 그려낸다. 절제된 문장 속의 낙관과 긍정은 20년차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안정적 서사와 결합해 빛을 발한다. 소설 제목 ‘홍시’는 아란의 엄마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 아란은 엄마의 얼굴이자 목소리이고 웃음인 홍시를 보기만 하면 사 모은다. 2019 창비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사위원인 소설가 윤성희 씨의 작가 인터뷰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내게는 홍시뿐이야#김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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