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한쪽 팔 잃고도 외쳤다 “대한독립 만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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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년 역사의 현장/동아일보사 특별취재팀 지음/1권 320쪽, 2권 600쪽·1권 2만 원, 2권 3만 원·동아일보사

1919년 3·1운동 당시 덕수궁 대한문 앞을 지나는 만세시위대. 종교와 신분, 성별 등을 초월해 전국 곳곳에서 전개된 만세운동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민족운동으로 꼽힌다. 동아일보DB
1919년 3·1운동 당시 덕수궁 대한문 앞을 지나는 만세시위대. 종교와 신분, 성별 등을 초월해 전국 곳곳에서 전개된 만세운동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민족운동으로 꼽힌다. 동아일보DB
1919년 1월 동제사의 밀명이 각 지역 요원들에게 전달된다. “우리 동포는 각지에서 독립을 선언하여 운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둔 동제사는 국내외에 연결된 조직망을 중심으로 해외 정보를 수집하고 고국에 유포하면서 세력을 규합하는 독립운동을 해온 터였다. 밀명에 적힌 ‘운동’의 시기는 구체적이었다. “도쿄에서의 운동은 2월 초순에, 경성에서의 운동은 3월 초순에 실행하기로 돼 있으니….” 전국을 뒤흔든 만세운동이 일어나려는 참이었다.

‘3·1운동 100년 역사의 현장’은 3·1운동을 예고한 동제사의 지령으로 시작된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신문에 연재한 독립만세운동의 대장정을 엮었다. 3년여에 걸쳐 국내외 80여 곳의 현장을 일일이 답사하고 지역 자료들을 찾아봤으며,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채록해 100년 전 만세운동의 현장을 생생히 살려냈다. 한시준 단국대 명예교수는 연재에 대해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했다.

1권에서는 일본 도쿄 유학생 대표들의 2·8선언, 북만주 대한독립의군부의 독립선언서 선포 등 3·1운동 직전 해외 단체들의 활동 현장을 찾고, 중앙학교가 중심이 되고 각계각층이 참여한 국내 독립선언운동의 준비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후 남쪽 제주도에서 북쪽 함경도까지 전국 곳곳에서 울려 퍼진 독립만세의 함성을 전한다.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의협심이 강했던’ 주민 박영묵이 규합한 경남 하동의 비밀결사 ‘일신단’, 석유램프에 숨겨온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운동을 벌인 충남 당진 도호의숙의 유생들, 일본군의 추격에도 굴하지 않고 배를 띄워 선상 만세시위를 벌인 경기 고양의 어부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평범한 주민들이 앞장서서 전개한 시위 현장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독자적인 만세운동을 벌인 경기 수원의 기생들, 헌병의 칼에 한쪽 팔을 잃고도 만세의 외침을 그치지 않은 광주의 윤형숙 등 그동안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도 비중 있게 다뤘다.

당시 전국 13도 220개 군 가운데 만세운동에 참여한 곳은 211개 군(95.9%)으로 거의 대부분이다. 일제의 진압 과정에서 살해된 사람은 7500여 명, 부상한 사람은 1만6000여 명이다. 책에서는 숫자로만 알려졌던 사람들의 주도면밀한 시위 계획 장면, 태극기와 만세의 함성으로 분출된 독립의 열망과 죽음을 불사하고 일제에 맞선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3·1운동은 그해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고 중국의 5·4운동, 인도의 무저항운동 등 세계 각국의 독립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는 동아일보 역시 3·1운동의 결과물이다.

취재팀은 “책을 통해 그날의 함성이 오늘의 독자들에게 들려지는 동시에, 갈등의 골이 메워지지 않는 한국 사회에 통합의 3·1운동 정신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3·1운동 100년 역사의 현장#동아일보사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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