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화폐’ 비트코인이 ‘n번방’ 판 키웠다

곽도영 기자 입력 2020-03-24 16:03수정 2020-03-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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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어둠의 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과 다크웹(dark web)의 결합이 재조명되고 있다. 음성적으로 소수가 이용하는 커뮤니티형 사이트가 주류였던 다크웹이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양지로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세계는 크게 세 가지 층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층은 구글 등 일반 사이트로 구성돼 흔히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WWW)으로 알고 있는 표면웹(surface web)이다. 두 번째 층은 텔레그램 대화내용이나 비공개 카페, 금융·의료 정보 등 일반 검색으로 걸리지 않는 정보들이 유통·축적되는 딥웹(deep web)이다. 그 아래 심연에 특정 브라우저 등 익명화 장치를 거쳐 접속하는 다크웹이 있다.

일반 대중들이 사용하는 월드와이드웹이 아닌 딥웹이나 다크웹은 불법 음란 사이트인 ‘소라넷’처럼 소수 성향의 폐쇄 집단 커뮤니티 게시판들이 열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익명 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 불법 동영상의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장터 규모도 확대된 것이다. n번방의 주모자인 ‘박사’ 조주빈 씨(25)는 텔레그램에 비밀대화방을 열어 참여자들에게 비트코인을 받고 성 착취 영상을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24일 국내 한 보안전문기업 대표는 “다크웹은 탄압받는 정치단체나 해커들, 음란물 유포자 등을 위주로 한 소수자들의 네트워크에서 글로벌 암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은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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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과 비트코인이 결합하는 양상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첫 사례는 2009년부터 비트코인으로 마약·총기를 거래하다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적발돼 2013년 폐쇄된 다크웹 사이트 ‘실크로드’다. 역시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마약을 거래하던 ‘베리마켓’도 적발돼 2016년 폐쇄됐고, 2017년 폐쇄된 다크웹 최대 암시장 ‘알파베이’의 사례도 있다.

정보기술(IT) 수준이 높은 한국 또한 다크웹 범죄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엔 한국 남성 손모 씨가 세계 최대 아동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다크웹에서 운영하다 글로벌 공조 수사로 검거됐다. 업계에서 “국내에서도 이제 제2, 제3의 n번방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범죄 피해 규모(추산)는 2014년 4450억 달러(약 558조 원)에서 2018년 6000억 달러(약 753조 원)로 늘었다.

다크웹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수사기관 및 업계의 공조도 늘고 있다. 국내에선 KAIST 교수와 제자들이 만든 다크웹 전문 대응 기업도 등장했다. 지난해 신승원 KAIST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와 제자들이 합심해 창업한 S2W랩은 향후 커지게 될 다크웹의 불법 사이트를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현재 인터폴의 공식 협력사로 활동 중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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