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 치매, 뇌 자극해 치료법 찾는다

김상훈 기자 입력 2020-02-29 03:00수정 2020-02-29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미래의학을 말하다]<4> 뇌질환, 메스 필요 없는 시대로
미래에는 환자의 뇌를 직접 열어보지 않고도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의료진이 원격 화상회의를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한 환자의 뇌 이미지를 살펴보며 치료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을 가상으로 꾸민 이미지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뇌수술이라 하면 으레 머리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악성 뇌종양이나 뇌출혈 같은 질환은 숙련된 의사의 집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뇌질환에 메스를 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뇌종양, 뇌동·정맥 기형과 같은 질환에는 방사선을 쬐는 감마나이프 시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12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이 시술을 받았으니 안전성은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뇌경색과 뇌동맥류는 대표적인 뇌혈관질환이다. 뇌경색은 뇌혈관에 혈전이 쌓여 막히는 질병이고 뇌동맥류는 혈관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병이다. 이 ‘풍선’이 터지면 뇌출혈이 발생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급성 뇌경색 환자가 발생하면 주로 혈전용해제를 투입하거나 기계 장치를 혈관에 넣어 혈전을 뚫었다. 증상이 생기고 최대 4∼6시간 이내에 처치를 끝내야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막힌 혈관을 모두 뚫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대체로 막힌 혈관의 30% 정도만 뚫었다. 최근에는 스텐트를 이용해 증상이 발생하고 최대 24시간 이내에는 처치할 수 있게 됐다. 막힌 혈관을 뚫는 확률도 종전의 30%에서 최고 75%까지 올려놓았다.

관련기사
의학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뇌 관련 질환 치료도 마찬가지다. 향후 5∼10년 이내 어떻게 바뀔까.

○로봇 도입, 정확한 뇌 자극 치료 도입

뇌의 특정 부위를 정확하게 치료하는 분야를 ‘정위기능 뇌수술’이라 한다. 이런 방식의 뇌 질환 치료가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감마나이프 시술이다. 종양이 있는 부위에 정확하게 방사선을 쬠으로써 치료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종양의 크기가 3cm 이하일 때에만 적용됐지만 최근에는 더 큰 종양의 치료에도 시도되고 있다. 일부 악성 종양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 원리를 활용해 초음파나 레이저로 정위기능 뇌수술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뇌전증을 일으키는 부위에만 정확하게 레이저를 쏘아 발작을 막는 식이다. 과거에는 이런 치료를 하려면 뇌에 구멍을 뚫어 직접 조치를 취해야 했다. 초음파 기술은 일부 국내 병원에서 시도하고 있다. 다만 레이저 기술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뇌전증을 일으키는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방법도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의 뇌에 10여 개의 전극을 삽입해 발생 부위를 찾아내고 있다. 다만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있다. 조금의 오차만 있어도 뇌출혈의 합병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최근 로봇 기술을 이용해 정확한 진단을 하고 있다. 아직 국내는 이 단계로 진입하지 못했다. 다만 관련 국내 학회가 정부와 협의 중에 있어서 이르면 연내에 로봇 장비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술 중 하나인 뇌심부자극술을 치매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캐나다 토론토대의 대형 치매연구센터는 이와 관련한 임상시험을 최근 시작했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새로운 치매 치료법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치매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파킨슨병이나 뇌전증 환자들의 경우 발작 증상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약 10cm 길이의 전극을 뇌에 삽입한다. 이 장비는 만일에 대비해 상시 켜진 상태로 둬야 한다. 이 장비 또한 개선되고 있다. 증상이 나타날 때에만 작동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꺼지는 장비가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원리의 뇌전증 장비는 임상시험이 끝나 시판 단계로 접어들었다. 파킨슨병 장비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5년 이내 뇌혈관질환 예측 가능할 듯

향후 5년 이내에 급성 뇌경색 환자의 막힌 혈관을 다시 뚫을 수 있는 확률이 95% 정도까지 높아질 것으로 의학자들은 전망한다. 스텐트를 이용한 다양한 시술이 발전하기 때문. 심지어 골든타임이라 여겨지는 24시간 이후에 오는 환자들도 막히지 않은 다른 혈관을 이어 혈액이 흐르도록 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첨단 영상장비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앞으로 5년 이내에 뇌동맥류 발병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유체역학을 접목한 컴퓨터 3차원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사용된다. 현재 이와 관련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뇌혈관질환이 의심되는 A 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우선 A 씨의 뇌혈관을 3차원으로 촬영해 500개 이상의 이미지를 확보한다. 이 이미지를 합성해 3차원 뇌혈관 영상이 만들어진다. 이어 A 씨의 병력이나 나이, 가족력 등 관련 데이터, 혈류의 방향과 속도 등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다. 그 결과 △뇌혈관의 어느 부위가 약한지 △어느 쪽 혈관에서 뇌동맥류가 만들어질지 △그 뇌동맥류가 파열할 확률은 얼마인지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다. 이 결과를 토대로 진료하면 질병 발생을 미리 막거나, 설령 뇌경색이나 뇌동맥류가 발생했다고 해도 조기에 발견해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런 식의 시뮬레이션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의료진이 수작업으로 진행해 왔다. 특정 환자의 데이터를 측정해서, 축적해 놓은 데이터와 비교한다. 문제는 이 작업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 이 작업 시간을 10초∼1분 이내에 마칠 수 있다.

영상 기술이 더 발달하면 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급성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질환을 예측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혈관 건강을 분석해 △혈관의 협착 여부 △협착 진행 정도 △협착 상황의 변화 등을 측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뇌경색 발병 확률을 계산하는 것. 현재 이와 관련된 연구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기획

#고려대의료원#뇌질환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