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 우리도 돕자” 임대료 내리는 건물주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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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임대료 인하 확산 속 대전에서도 임대료 한시적으로 낮춰
코레일도 철도역 임대료 20% 인하

대전 중구 대흥동의 한 건물주가 임대료 30% 인하 내용을 알리는 안내문을 건물 입구에 부착해 놓았다. 채널A 캡처
대전 중구 대흥동의 한 건물주가 임대료 30% 인하 내용을 알리는 안내문을 건물 입구에 부착해 놓았다. 채널A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중소상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대전 중구 대흥동에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A 씨(60)는 끝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조물주도 부러워한다는 ‘건물주’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입주한 점포는 퓨전식 포장마차와 생맥주전문점, 그리고 고깃집 등 8개. 코로나가 확산되던 1월 중순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고 임차인들의 한숨은 건물을 삼킬 정도로 거세지기만 했다.

매일 매일 마주치는 입주 상인들의 근심어린 눈빛을 더 이상 외면할 순 없었다. 그리고 이달 5일 결단을 내렸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임대료를 30%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통지문을 건물 출입구에 부착했다. 그는 “나와 같은 생각이 대전시내 전체로 확산되길 기대했지만, 보름 이상 지나도 비슷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코로나19 3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대전에서는 좀처럼 이런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 동대문과 남대문시장, 경기 파주, 강원지역에서도 비슷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강원 원주시 단계동 AK백화점 원주점 인근에서 건물을 소유한 B 씨는 다음 달부터 올 8월까지 6개월간 임대료 10%를 인하하기로 했다.

대전에 본사를 둔 코레일(사장 손병석)도 철도역 입주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료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전국 철도역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기차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중소 협력여행사 모두에 해당된다. 또 매출에 비례해 수수료를 지급받는 편의점 계약자에게는 20% 인상해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전에서는 대흥동 A 씨 이외에는 민간 차원의 이 같은 운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새롭게 택지개발 등으로 상가가 밀집한 유성구 반석동, 노은동, 지족동 일대의 경우 대전 2, 3번째 환자의 동선으로 파악돼 상인들의 타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첫 번째 확진자의 동선이었던 중앙로 지하상가의 경우 일시 폐쇄 조치까지 겹쳐 상인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주시와 한옥마을 상인들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생 선언’이 대전에서도 자발적으로 이뤄지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각종 모임과 행사 취소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화훼농가 등을 위해 ‘꽃과 화분 팔아주기’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 특히 서비스 업종이 유난히 많은 대전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중소상인들의 위기 극복방안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의 경우 일부 신도시를 중심으로 상가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이 대전에서도 활성화되길 간절히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코로나19#임대료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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