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靑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비공개에 비판론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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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알권리 제약… 납득 어려운 결정”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全文)이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어왔다.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5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전날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국회에 비공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추 장관은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도 만든 바 있다. 법무부가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공소장에 언급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 내용의 누설을 금지하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해 침묵했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추 장관의 비공개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기존 관례와도 어긋나고 국민의 알권리와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제약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청와대 관계자들이 선거에 개입한 사건인 만큼 관련자들의 명예를 보호하고, 피의사실 공표를 막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최고 권력기관의 비위에 대해 국민은 알권리가 있고, 재판 당사자의 프라이버시권과 충돌하지 않는다”면서 “장관이 공소장 공개를 막아 집권층의 비위를 쉬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의 이 같은 결정이 군사나 외교 분야의 국가 기밀이 아닌 자료는 국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규정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4조를 위반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4년 정보공개법 시행에 따라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법무부는 15년 넘게 국회에 개인정보 등을 가린 공소장 전문을 제공해왔다. 추 장관이 앞으로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하면서 하필이면 그 첫 대상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피고인이라는 점을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무부 검찰국 공공형사과 등은 미국 법무부가 주요 사건의 공소장은 피고인의 실명과 함께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사례 등을 들어 추 장관에게 처음에 공개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측은 “추 장관은 헌법정신에 따라 법무부가 제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법무부 스스로 위반할 수 없고,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은 감내하겠다고 결정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추 장관이) 당당하고 숨길 게 없다면 왜 공소장을 비공개하셨느냐”고 했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도 “무리하게 공소장 공개를 막는 것은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고 고백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대표는 “공소장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참여정부 사법개혁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혀 왔다”면서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아주 철저히 배반했다”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이지훈·구특교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검찰#공소장 비공개#추미애 법무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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