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법’ 생겼다…성전환자 계속 軍 복무는 여전히 난관

뉴시스 입력 2020-01-24 13:18수정 2020-01-2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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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변희수 전역시킨 날 군인사법 시행규칙 개정
군간부 심신장애 있어도 직무 수행 제약 없으면 복무
심신장애 판정시 자동 강제전역 방지하는 의도인 듯
변희수 전 하사는 개정 시행규칙 적용 대상이 안 돼
성 전환자의 군 복무 막는 조항도 여전히 남아있어
'고의적 장애' 문구 등 향후 복직 관련 법정 공방 쟁점
군 복무 중 여성으로 성 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 하사가 강제전역된 당일, 군 간부가 심신장애 때문에 자동 강제전역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규정이 새로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변 하사 강제전역 사태 후 군의 장애 등급과 전역 관련 정책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군 당국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급히 규정을 정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규정이 생기면서 성 전환자의 군 간부 복무 가능성이 열린 측면이 있지만 트렌스젠더 직업군인이 등장하기에는 제약이 여전히 많다.

변 하사가 민간인 신분이 된 지난 23일, 국방부는 논란이 된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기존 시행규칙 제53조(전역 등의 기준)는 3항으로 구성돼있었는데, 23일자로 4항이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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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항에는 ‘각군 전역심사위원회는 (중략) 의무복무기간을 마치지 못한 사람(장교·준사관·부사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의무조사위원회의 전문적 소견을 참고해 (중략) 심신장애 치유 가능성, 병과 특성에 따른 복무 가능성, 군에서의 활용성과 필요성 등에 관한 심의를 거쳐 남은 의무복무기간 동안 현역으로 복무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4항 2호에는 ‘심신장애의 사유가 되는 질환 또는 장애가 해당 병과에서의 직무수행에 직접적인 제약을 주지 않는 경우’라는 내용이 담겼다.

심신장애 판정을 받더라도 변 전 하사처럼 전차 조종수로서 실력이 뛰어난 경우 군 내부 절차를 거쳐 계속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남성 군 간부가 성 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이 되더라도 복무를 지속할 수 있는 문이 조금이나마 열렸다.

기존 시행규칙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자동 강제전역이 불가피했다. 그는 음경 훼손으로 5등급, 고환 적출로 5등급을 받아 종합평가 결과 심신장애 3급을 받았다. 심신장애 1~9급인 군 간부는 전역 대상이므로 3급인 변 전 하사는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변 전 하사처럼 3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성 전환자에게도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변 전 하사는 이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방부는 시행규칙 부칙 제2조에 ‘개정 규정은 이 규칙 시행 이후 제50조제1항에 따른 (심신장애 여부) 조사를 받기 시작하는 사람부터 적용한다’는 단서를 넣었다. 이미 조사를 받아 심신장애 등급까지 받은 변 전 하사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새로 생긴 시행규칙 4항 중 ‘남은 의무복무기간 동안 현역으로 복무하게 할 수 있다’는 문구 역시 제약 조건이다. 2017년 단기복무 부사관이 된 변 전 하사의 의무복무기간은 4년 뒤인 2021년까지다. 군이 법정 다툼 끝에 변 전 하사의 복귀를 허가하더라도 내년이면 군복을 벗어야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단기복무를 마치고 장기복무를 신청할 때는 재차 신체조건을 검증받아야 한다. 이는 복무 중 성 전환 수술을 하려는 군 간부들에게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성 전환자의 군 복무를 막는 조항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도 변 전 하사의 복귀를 막는 장애물 중 하나다.

시행규칙 53조 3항은 ‘같은 심신장애로 계속 입원치료가 필요하거나 의료기관에서 완치되기 곤란한 경우’를 전역 대상에 포함시켰다. 수술 후에 호르몬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성 전환자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위법행위나 고의로 심신장애를 초래한 경우’ 역시 강제전역 대상이다. 군의 허가나 지시 없이 성 전환 수술을 받으면 이는 고의로 심신장애를 초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고의적 장애에 관한 문구는 향후 법정 다툼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 전 하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성 전환 수술을 받기 전 상급 부대와 직속 상사들이 수술을 위한 국외 여행을 허가했으며, 수술을 지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변 전 하사의 성 전환 수술을 ‘고의’로 볼지 여부가 변 전 하사는 물론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성 전환 군 간부들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생긴 규정 속 각종 제약들은 성 전환자를 바라보는 군의 시각을 보여준다. 군 수뇌부에서는 잦은 야외훈련과 단체생활, 엄격한 규율을 특징으로 하는 군 복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수술과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성 전환자의 계속 복무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 전 하사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법원의 판단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되겠지만, 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성 전환자에 대한 군의 부정적 시각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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