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연주와 만난 흑백 무성영화… 아날로그 감성 새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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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피크닉’ 토요 기획
재즈 윤석철-국악 박지하 무대 이어… 18일엔 채플린 영화와 기타 이태훈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11일 관객들이 무르나우의 무성영화 ‘선라이즈’를 관람하며 영화에 맞춰 양금 등으로 즉흥 연주를 하는 박지하의 음악을 듣고 있다. 글린트 제공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11일 관객들이 무르나우의 무성영화 ‘선라이즈’를 관람하며 영화에 맞춰 양금 등으로 즉흥 연주를 하는 박지하의 음악을 듣고 있다. 글린트 제공
4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의 지하 공연장. 흰 벽 앞에 피아노가 놓여 있고 40여 개 객석에는 위스키, 칵테일을 든 관객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자리를 가득 메웠다. 오후 5시가 되자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무대로 나온다.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린 그는 매주 월요일 서울 마포구 재즈클럽 에반스에서 잼 세션을 열고 있다.

이날의 주인공은 음악보다는 색도, 소리도 없는 무성영화였다. 윤석철은 버스터 키턴의 영화 ‘셜록 2세’에 맞춰 음악을 연주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소파에서도 화려한 그래픽의 영상을 언제든 볼 수 있는 시대다. 이런 독특한 자리를 만든 이유에 대해 김범상 글린트 대표는 “미국에서 우연히 무성영화를 본 기억에서 출발했다. 제한적 환경에서도 연출이 뛰어나 무성영화의 시대가 길었더라면 더 멋진 걸작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흑백의 화면이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40분이 훌쩍 지나갔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나 슬랩스틱 코미디에 관객들도 편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공연을 마친 윤석철은 “컴퓨터 없이 사람의 손으로 연출한 화면을 보니, 컴퓨터로 대부분 소리를 만드는 요즘의 음악 제작 과정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11일에는 생황 피리 양금으로 사운드를 만드는 음악가 박지하가 무르나우의 ‘선라이즈’에 맞춰 즉흥 연주를 선보였다. 18일에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에 맞춰 기타리스트 이태훈이 무대에 오른다. 세 번의 연주는 피크닉이 겨울을 맞아 마련한 ‘무성영화극장’의 프로그램이다. 무성영화 대표 감독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비껴 선 영화들을 선정했고, 각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가가 선정됐다. 음악가들은 미리 영화를 보고 사운드를 구성해 연주를 선보인다.

전시 공간 2층에서는 ‘피크닉 겨울책방’ 두 번째 시즌으로 출판사 열린책들과 함께 구성한 전시도 무료로 볼 수 있다. 열린책들이 출간한 주요 책들의 표지와 일부 표지의 원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월 2일까지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피크닉#토요기획#윤석철#박지하#채플린#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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