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파업… “현대차만큼 받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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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부분파업-특근중단 돌입… 르노삼성도 파업 vs 부분 직장폐쇄
車업계 작년 이어 실적 감소 우려

국내 자동차업계가 새해 초부터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과 공장 폐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불투명한 국내외 여건 와중에 노조의 협조마저 없으면 올해도 완성차 업체의 실적 개선 기대는 일찌감치 물 건너가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조 집행부는 13∼17일 부분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측과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새해부터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12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찬반 투표(반대 56%)의 벽을 넘지 못했고 새해 들어서도 교섭을 이어오던 중이었다.

기아차에 따르면 노조는 13∼15일 4시간, 16, 17일 이틀간 6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각종 특근 및 잔업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노조는 교섭이 진행되는 날에는 정상적으로 근무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자동차만큼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평균 임금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설명이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와 동일하게 우리사주 15주 지급과 성과급 인상 및 전체 조합원에 대한 라인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2017년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당시 회사가 각종 비용 상승을 우려해 중단했던 30분 잔업 시간 복원도 주장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도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9년 임·단협과 관련해 지난해 12월부터 ‘게릴라성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 참여율이 떨어지자 시간차 부분파업을 비롯해 특정 조합원을 지명하는 ‘지명파업’ 등 변칙 파업을 하고 있다. 파업 참가율이 20∼30%까지 떨어졌지만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특성상 자동차 공정 한 개만 멈춰도 생산 라인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측도 10일부터 ‘부분 직장폐쇄’라는 궁여지책을 내놨다. 파업 중인 노조원의 공장 출입을 막고 파업 비참가자로 공장 일부라도 돌리겠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아직 교섭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새로 선출된 노조 집행부가 강성으로 분류되는 만큼 교섭 상황에 따라 언제든 파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쌍용자동차도 2009년 기업 회생 과정에서 해고됐다가 복직한 근로자의 현장 복귀 문제가 불씨로 남아있다. 복직은 했지만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한 상태여서 회사 경영난이 계속될 경우 근무 투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계는 노사 간 갈등으로 인한 올해 생산 및 실적 감소를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5개 완성차 업체의 국내 총생산량은 400만 대를 넘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내수 판매에서만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한 현대차를 빼고는 4개 업체 모두 내수, 해외 판매 실적이 마이너스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대내외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실적은 물론이고 기업 신뢰도에도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기아자동차#노조 파업#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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