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직속 수사팀 제동… 정권수사 우회로까지 막은 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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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후폭풍]추미애 ‘별도 수사조직 사전승인’ 지시

“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이자 국민의 염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의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특별수사팀 등을 만들 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과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이자 국민의 염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의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특별수사팀 등을 만들 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과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번 ‘물갈이 인사’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방증하는 지시다.”

10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립적인 수사기구 설치를 제한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가 나오자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왔다.

추 장관은 총장 권한이었던 특별수사본부 등 비직제 수사조직 운영에 대해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해 자신의 허락 없이는 출범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윤 총장의 ‘우회 수사’를 미리 차단하고 방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특별수사본부를 만든 뒤 좌천된 측근들을 다시 부르면 ‘1·8 대학살’로 불리는 숙청이 공염불이 된다는 점에서, 장관의 인사를 거스를 수 없도록 한 안전장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 “정권 향한 검찰총장의 ‘우회 수사’ 사전 통제”

윤 총장은 추 장관과의 회동 조율을 ‘항명’ ‘거역’으로 규정한 당정청의 흔들기에도 청와대 압수수색 등 ‘흔들림 없는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등 현 정권을 향한 수사를 이끌어온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에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가 임명되면서 수사 흐름과 보안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 직속 수사단’ 설치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됐다. 서울중앙지검 등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윤 총장이 원하는 인물을 파견 형식으로 데려와 정권 수사를 맡기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전국으로 흩어진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옛 대검 참모진이 수사단장 후보로 오르내렸다.

대검 예규인 ‘특별수사·감찰본부 설치·운영지침’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고검장이나 검사장 중에 특별수사본부장을 임명해 자신이 명한 사건을 수사하게 할 수 있다. 총장은 인원과 예산을 지원하지만 수사팀의 해체는 본부장의 의견을 듣게 돼 있다.

윤 총장의 전임 문무일 총장 당시에는 김학의 사건을 수사했던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을 비롯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특별수사단’ 등이 운영됐다. 세월호 특별수사단은 최근 설치됐다.

추 장관이 ‘총장 수사팀’ 승인 법제화에 앞서 서둘러 특별지시를 내린 것도 이런 움직임을 감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특별수사본부 운영은 장관이 침범할 수 없는 총장의 고유 영역이다. 이번 특별지시 발동으로 앞으로 승인 없는 설치는 ‘보고 누락’ 또는 ‘지시 불이행’이 돼 총장에 대한 징계 빌미가 될 수 있다.


○ 법무부, 조국 사건 땐 먼저 특수팀 제안 ‘모순’

추 장관은 특별지시 이유로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 방안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별도의 수사조직을 꾸려 직접 수사를 남발하면 국민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역대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국민적 의혹이 있는 중대 사건의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돼 대형 비리 사건을 전담하던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공백을 메웠다.

법무부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9월에는 오히려 대검찰청에 특별수사팀 구성을 역제안했다. 다만 윤 총장이 별도의 수사 지휘나 보고를 받지 않는 방식의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해 “법무부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윤 총장이 이 제안을 거부했다.

당시엔 수사 공정성을 이유로 별도의 수사팀 구성을 먼저 제안했던 법무부가 불과 4개월 만에 ‘시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설치를 제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여권이 스스로 정권 비리 견제 장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를 담당했던 특별수사본부의 설치와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은 당시 야당이었던 현 여권이었다.

신동진 shine@donga.com·황성호·이호재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윤석열 검찰총장#특별수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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