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건현장의 꽃가루, 결정적 단서가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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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알고 있다/퍼트리샤 윌트셔 지음·김아림 옮김/364쪽·1만6500원·웅진지식하우스

세상의 죽음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살인으로 인해 희생된 경우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자연’은 그를 위해 진실을 남겨주곤 한다. 균류에 잠식되지 않는 한 꽃가루와 포자는 수백만 년까지도 견딘다. 이들은 과거의 환경을 재구성하고 변화를 추적하는 데 매우 가치 있는 수단이다.

법의생태학의 선구자이자 식물학자인 영국 출신의 저자는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법의생태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는 연인을 살해한 남자의 운동화에서 발견한 자작나무 꽃가루로 시체가 묻힌 장소를 찾아냈고, 희생자의 콧속에서 추출한 알갱이, 머리카락에 묻은 꽃가루 포자 등으로 범인을 숱하게 특정했다. 그가 25년간 해결한 사건은 300여 건에 달한다. 각종 살인 사건, 성폭행 사건 등을 추적하는 저자의 기록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현실이 소설보다 더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꽃은 알고 있다#퍼트리샤 윌트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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