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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유튜버 꿈” 유크리 강좌 몰리는 아이들

입력 2019-12-20 03:00업데이트 2019-12-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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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등장 키즈 콘텐츠 꾸준한 인기… 학원 등 초등생 대상 강좌 잇단 개설
유튜버들, 무분별한 강의 속출 우려… “강사자격 따로 없지만 검증 필요”
1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미디어 업체에서 진행된 ‘키즈 크리에이터’ 체험 수업에서 강사가 아이들에게 유튜브 영상 촬영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안녕하세요. 저희는 유진티브이입니다.”

‘어린이(키즈) 유튜버’를 꿈꾸는 노모 군(10)과 황모 군(9)은 촬영 시작을 알리는 ‘큐’ 소리와 동시에 힘찬 목소리로 채널 이름을 알리며 인사를 했다. 방송 직전에 보였던 긴장된 표정은 금세 사라졌다. 노 군과 황 군은 책상에 놓인 보드게임 ‘상어를 조심해’를 들고 게임 방식을 소개한 뒤 놀기 시작했다. 주사위를 굴려 나오는 숫자만큼 상어 입속에 들어 있는 물고기를 낚싯대로 뽑는 게임이었다. 과장된 몸짓으로 게임을 하던 두 어린이는 상대가 잘하면 서로 칭찬을 해가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두 어린이는 게임 도중 댓글창을 틈틈이 확인했다. 시청자가 ‘둘이 원래 친구예요? 왜 이렇게 잘 놀아’라고 댓글을 달자 황 군은 “댓글 달아주신 ○○님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했다.

1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영상 촬영 스튜디오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유크리’(유튜브 크리에이터) 일일체험 강의가 열렸다. 1인 미디어기업이 유튜버를 꿈꾸는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키즈 크리에이터’ 체험이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 6명은 2명씩 팀을 이뤄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을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했다. 현직 기상캐스터가 채널 이름 짓기, 보드게임을 활용한 동영상 기획안 작성 등 수업을 진행했다. 각 팀이 스튜디오 안에서 촬영하는 동안 스튜디오 밖에선 나머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영상을 보며 댓글을 달았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초등학생 희망직업 조사 결과 1위 운동선수, 2위 교사에 이어 ‘크리에이터’(유튜버, BJ 등)가 3위를 차지했다. 유튜버를 꿈꾸는 어린 자녀를 유튜버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미디어업체뿐 아니라 백화점 문화센터, 사설 학원, 개인 강사까지 관련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강의료는 회당 3만∼5만 원 정도다.

유크리 수업을 신청한 부모들은 ‘세상이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노 군의 어머니 이재경 씨(38)는 “아이가 코딩에 관심이 많은데 유튜브를 통해 친구들에게 직접 코딩을 알려주고 싶어 해 신청했다”며 “아이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아이들이 사는 지금의 세상을 우리 시대 잣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박모 씨(29)는 “자녀 세대는 유튜브가 흥행하고 더 많이 발전할 것 같아 (유튜버가 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8월 한 개인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한 학부모 이모 씨(45)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위해 직접 강의를 찾아봤다고 한다. 이 씨는 “아들이 유튜버를 꿈꾸면서도 구체적인 노력은 하지 않아 아들에게 먼저 수강을 제안했다”고 했다.

성인 유명 유튜버들은 유크리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강의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미디어기업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살펴보니 유튜버 활동 이력이 없는 강사도 있었다. 1세대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41)은 “자녀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 줄 필요가 있다”며 “최근 유크리 학원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검증된 곳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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