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뛰어넘는 ‘유산슬’

방송인 유재석이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해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제공｜MBC

■ MBC ‘놀면 뭐하니?’로 탄생해 지상파 3사 출연 인기몰이

‘합정역 5번 출구’ 뮤비 64만뷰
가장 큰 팬카페 1만714명 가입
‘펭수’에 버금가는 문화 아이콘
22일 콘서트·2집 준비에 한창

요즘 어딜 가도 트로트 가수 유산슬 얘기다. 어린아이부터 60대 어른들 사이에서도 유산슬을 모르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집에서는 유산슬 메뉴가 불티나게 팔릴 정도다. 이쯤 되면 유산슬은 올 하반기 연예계를 강타한 대세 중 대세다.

유산슬은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의 트로트 가수 도전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가수다. 신인 가수 주제(?)에 과도한 자신감과 공격적 행보로 지상파 3사 ‘통합’이라는 성과까지 만들어냈다. 유재석의 가면을 쓴 유산슬, 그는 과연 누구인가.

유산슬은 11월16일 1집 ‘뽕포유’를 내고 정식 데뷔했다. 활동명은 이무기, 메뚜기, 사마귀, 유태풍, 유이슬을 거쳐 결정됐다. 선배 가수 진성이 이름 짓기 아이디어를 내다 ‘유’를 고집하며 유산슬을 추천했다. 중식요리 가운데 비교적 가격이 비싸 고급스럽다는 이유와 대중의 배고픔을 노래로 채워준다는 의미를 부여해 9월21일 방송에서 이름을 공식 발표했다.

이때부터 유산슬의 활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산슬은 태진아, 김연자, 박상철, 홍진영 등 선배들의 가창 지도와 지원을 받으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재킷, 바지, 모자로 구성된 총 4벌의 의상은 트로트 가수라면 한 벌 정도 반드시 소장하고 있다는 트로트계 톱 디자이너 ‘미스터 최’의 손길을 거쳐 제작했다. 타이틀곡은 ‘박토벤’ 작곡가 박현우·작사가 이건우가 만든 ‘합정역 5번 출구’와 작사가 김이나·작곡가 조영수가 참여한 ‘사랑의 재개발’로, 발매 직후 음원사이트의 트로트 장르 차트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사진제공｜MBC

시작부터 성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유산슬은 11월18일 KBS 1TV 생방송 ‘아침마당’을 통해 방송 신고식을 치렀다. ‘명불허전’ 코너에 신인가수로 출연해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11월28일 전라남도 순천에서 열린 MBC ‘가요베스트’ 무대에 올랐고, 이달 11일에는 SBS ‘영재 발굴단’ 녹화에 참여했다. ‘MBC 출신’이라는 시선보다 EBS의 ‘펭수’처럼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지상파 3사 출연이 가능했다. 방송·행사 섭외를 잡기 위해 초반 연출자 김태호 PD가 직접 나섰다면, 최근에는 제안을 받는 형태로 달라지기도 했다.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그의 활약에 ‘팬심’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11월30일 공개한 ‘합정역 5번 출구’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64만 건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가장 활동이 활발한 팬카페에는 17일 현재 1만714명이 가입되어 있다.

응원에 보답하고자 유산슬은 소소하지만 행주, 병따개, CD로 구성된 굿즈 3종 세트 선물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 음원 판매, 방송·행사 출연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기부하기로 했다.

유산슬의 1집 활동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팬들의 관심은 2집 발매 시점에 쏠리고 있다. 현재 작사가 이건우·작곡가 박현우와 ‘정차르트’ 정경천이 멜로디를 붙인 신곡 ‘인생라면’을 준비하고 있다. 22일에는 경기 일산 MBC 드림센터 공개홀에서 굿바이 콘서트를 연다. 이날 유산슬은 유명 여성 트로트 가수가 선물한 의상을 입고 등장할 예정이다.

홍보, 섭외 등 연예기획사 대표와 같은 역할을 해온 김 PD는 17일 “트로트를 본업으로 삼는 분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대중적 인기 확산에 도움이 되는 게 목표”라며 “유산슬이 가공의 인물이지만 유재석이라는 영향력이 긍정적으로 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