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과학-문학이 지루해? 새로운 눈으로 바라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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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과 감수성 높이는 어린이-청소년 책 3권
◇달걀 생각법/조은수 지음/72쪽·1만3000원·만만한책방
◇청소년마음시툰:안녕,해태 1∼3/싱고 지음
/각 권 312∼340쪽·각 권 1만 4000원·창비교육
◇문학이 온다 1∼5/박제은 등 엮음·이지은 등 그림
/각 권 156∼200쪽·각 권 1만4000원·웅진주니어

‘문학이 온다’ 상상편에 소개된 손동연의 ‘낙타’에 실린 삽화. 웅진주니어 제공
‘문학이 온다’ 상상편에 소개된 손동연의 ‘낙타’에 실린 삽화. 웅진주니어 제공
장르와 문법을 깨부수는 출판계의 흐름이 청소년·어린이 도서로 옮겨 왔다. 새로운 읽기 경험은 감수성과 창의력을 높인다. 뻔하지 않으면서 알맹이는 알찬 신작 3권을 소개한다.

○ 달걀 생각법

무적의 달걀이자 마법의 달걀이다. 달걀의 렌즈를 들이대니 아인슈타인도 해나 아렌트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책장을 넘기면 학문적 호기심이 끓어오르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알을 깨듯 사고의 전환을 이끈 천재들이 여럿 등장한다. 아인슈타인은 달걀 두 개를 깨뜨리면 하나가 되는 원리(1+1=1)처럼 우주의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우주의 원리를 발견했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달걀과 빵 사이가 밀착된 ‘달걀 샌드위치’처럼 원의 무한대로 잘게 쪼개 넓이를 구한다.

예술도 달걀에 빚졌다. 피카소는 재료 양념 장식을 모두 뺀 다음 남은 달걀처럼, 간결한 뼈대만 남긴 현대미술로 대가 반열에 올랐다. 마르셀 뒤샹은 변기에는 ‘샘’, 달걀 한 판에는 ‘단백질 공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이렇게 말한다. “피카소의 뺄셈 달걀을 뛰어넘는 혁명이야.”

해나 아렌트의 달걀은 정치적이다. “달걀에는 무엇보다 사회가 필요해. 사회는 정치를 낳지. 고로 달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정치야.” 무하마드 알리 편에는 “달걀로 바위 치기는 헛수고 같지만, 백만 번 연습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미담이 담겼다.

이 밖에 ‘데카르트의 달걀 좌표’, ‘뉴턴의 만유인력 달걀’, ‘페렐만의 달걀빵’까지. 작가가 건설한 ‘달걀 공화국’에서 놀다 보면 자유로운 전자처럼 생각들이 뻥뻥 뛰어오른다.

저자는 “생각의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운명적으로 달걀을 만났다. 아인슈타인이 매일 아침으로 달걀을 2개씩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상적인 음식인 달걀을 매개로 뛰어난 학자와 예술가들을 조명했다”고 밝혔다.

○ 청소년 마음 시툰 ‘안녕, 해태’+‘문학이 온다’

사유의 재미를 전하는 ‘달걀 생각법’(왼쪽)과 웹툰과 시를 결합한 ‘안녕, 해태’의 한 장면. 창비교육·만만한책방 제공
사유의 재미를 전하는 ‘달걀 생각법’(왼쪽)과 웹툰과 시를 결합한 ‘안녕, 해태’의 한 장면. 창비교육·만만한책방 제공
피천득의 ‘인연’, 이희승의 ‘딸깍발이’, 김소월의 ‘진달래’ 정도나 어렴풋이 욀까. 당최 기억나는 게 없다. ‘안녕, 해태’와 ‘문학이 온다’를 미리 만났더라면 달랐을지 모르겠다. ‘안녕, 해태’는 곳곳에 시를 배치한 웹툰이다. 주인공은 애늙은이 같은 10대 잔디. 강릉에서 할머니와 살다 서울로 전학 왔다. 할머니는 그립고 아빠는 어색하고 친구들은 뾰족하고. 마음이 힘든 잔디 앞에 괴짜 같은 무언가가 나타나 손을 내민다. 인간계에 떨어진 영물 해태다. 잔디와 해태는 각각 서울과 인간계에 녹아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번쯤 접한 시들이 적재적소에서 인물들을 위로한다. 예지와 단짝 친구를 맺고 슬리퍼 한 짝씩 바꿔 신은 잔디의 마음은 복효근의 ‘절친’이 보여준다. ‘서로의 절반씩을 줘 버리고 나니/우린 그렇게 절반씩 부족합니다….’ 첫 데이트, 호기롭게 비싼 눈꽃빙수를 주문했지만 돈이 부족해 초조하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신경림 ‘가난한 사랑의 노래’) 커닝, 거짓말, 누명으로 다투는 소녀들 이야기와 곁들이니 시조도 흥미롭게 읽힌다. ‘… 성난 까마귀 흰빛을 시샘하니/청강에 맑게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까마귀 싸우는 골에’). 저자는 서문에 “시와 그림이 기찻길처럼 나란히 가면서 어울리길, 이 책이 시 읽기의 물꼬를 텄으면 한다”고 썼다.

‘문학이 온다’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문학을 주제별로 엮었다. 묶음 테마는 ‘성장’, ‘자존감’, ‘공감’, ‘상상’, ‘연민’. 5권의 책에는 주제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글이 실렸다. 파스텔 톤 표지에 요즘 유행하는 성인 에세이를 연상케 하는 테마까지. 타깃층인 초등학교 고학년보다 부모들이 혹할 만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달걀 생각법#청소년 마음 시툰#문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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