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의 도시’ 대구… 글로벌 물산업 중심도시로 만들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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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 인터뷰

권영진 대구시장은 “물 산업 도시 대구가 미래 대한민국을 뛰게 하는 심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물 산업 클러스터에는 기술 개발과 함께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물의 인문학적 가치도 담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제공
권영진 대구시장은 “물 산업 도시 대구가 미래 대한민국을 뛰게 하는 심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물 산업 클러스터에는 기술 개발과 함께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물의 인문학적 가치도 담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최근 금호강 안심습지에 수달 암수 한 쌍을 방사했다. 지난해 8월 전남 무안과 여수에서 구조된 이후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인공 포육과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자연 적응 훈련을 거쳤다고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즉석에서 이름을 지어줬다. 수컷에게는 ‘대길이’, 암컷에게는 ‘구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구의 ‘대’자와 ‘구’자를 따서 만들었다. 권 시장은 “금호강은 수달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화제다.

대구는 ‘수달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가 수달 서식실태조사 용역 결과 신천과 금호강, 동화천, 팔거천 등에 24마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나타났다. 이날 방사된 수달은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생태 및 환경 특성 등 서식지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현재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물의 생태계가 매우 건강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물 산업 허브(중심)도시를 꿈꾸는 대구시가 수달 방사를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다. 권 시장은 “신산업이 도시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되려면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환경 문화 관광 등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 시장과의 일문일답.

―내륙도시로 꼽혔던 대구가 물 산업 전진기지로 부상했는데….


“30년 넘는 시간 동안 수질관리에 투자하면서 물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역량이다. 낙동강 지류인 대구의 젖줄 금호강은 1980년대 오폐수로 오염돼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오랫동안 자정능력을 잃었던 금호강의 수질 개선은 민관의 노력 끝에 이뤄졌다. 1983년부터 하천 관리와 상하수도 개선, 오폐수 정화처리, 생태복원 등에 5조 원 가까이를 들여 치열하게 물 관리를 해왔다. 지금은 보다시피 수달이 서식하는 깨끗한 강으로 돌아왔다. 1991년 낙동강 폐놀 오염사고는 시민들 스스로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대구시는 10년 전 낙동강 옆에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시작되면서 물 산업에 주목했다.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라 지구촌의 물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관련 산업이 ‘블루 골드’라고 불릴 정도로 큰 세계시장을 형성했다. 국가적 차원의 클러스터(집적단지) 조성이 시급해 2014년 환경부에 정책 제안을 거쳐 현재의 국책 사업을 성사시켰다.”

―물 산업 성장 속도가 참 빠르다.


“올해 6월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에 물 산업 클러스터 준공이 큰 계기가 됐다. 국내 물 산업 진흥과 관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기술 성능 확인, 실적 확보, 사업화에 이르는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물 산업 진흥법에 따라 설립하는 핵심 시설인 한국물기술인증원 개원은 기폭제가 될 것이다. 미래 물 기술이나 위생과 안전, 품질 및 성능 확보를 위한 검증, 해외 진출 등의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물 산업 도시 대구’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물 산업 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의 기술력이 상당하다. 2017년 11월 베트남에 수(水)처리 시설을 처음 기증했다. 하루 상수(上水) 400t을 처리하는 설비다. 이 같은 기증사업은 대구의 물 사업 홍보 및 관련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9월 미국 물 산업 전시회에서는 대구시와 지역 및 미국 기업 3개사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물 산업 클러스터 내 최초로 외국합자회사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5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대한민국 국제 물 주간과 세계물도시포럼을 더욱 내실 있게 구성할 것이다. 내년 5월 관련 행사에는 ‘세계 물 산업 클러스터 리더스 포럼’을 창설한다. 세계 물 기술 공동연구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물 문제 공동 해결의 장이 될 것이다.”

―미래 물 산업 육성 및 추진 계획은….


“세계 물 도시 포럼으로 구축한 선진국 및 개도국 도시 간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대구시가 이끄는 협력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도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우수한 물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수질을 개선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스마트워터시스템도 개발한다. 2025년까지 세계적인 물 기술 10개, 수출 1조 원, 일자리 50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큰 언덕 대구(大邱)가 명실상부 글로벌 물 산업 중심도시가 되도록 하겠다.”

―물 산업이 사회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 기술적 측면만 본다면 뜻하지 않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물 산업 클러스터가 고도정수기술 같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함께 삶을 생각하는 인문학 가치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는다(水善利萬物而不爭)’ 등 물은 삶을 깨우치게 하거나 상징하는 데 자주 쓰인다. 요즘 같은 혼돈의 시대에 혜안(慧眼)을 보여주는 의미가 많다고 생각한다. 낙동강과 금호강, 도심의 신천이 흐르는 수변도시 대구가 물 산업 클러스터를 통해 산업 문화 관광이 흐르는 물의 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


▼ 한국물기술인증원 26일 개원… ‘물산업 클러스터’ 본격 가동 ▼

물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등 맡아… 내년부터 정수기 검사 등 업무확대

대구 달성군 구지면 물 산업 진흥시설. 한국물산업기술인증원과 물융합연구동, 워터캠퍼스,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섰다. 대구시 제공
대구 달성군 구지면 물 산업 진흥시설. 한국물산업기술인증원과 물융합연구동, 워터캠퍼스,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섰다. 대구시 제공
한국물기술인증원이 26일 개원식을 연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 물 산업 클러스터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셈이다. 인증원은 이달 초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물 기술 개발 촉진 및 물 산업 육성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물기술인증원은 수도용 제품의 위생 안전 인증을 비롯해 물 분야 기술 및 제품의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인·검증 업무와 연구개발, 물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을 맡는다.

민경석 초대 원장을 포함한 전문 인력 29명이 근무하고 있다. 기존 인증 제도의 운영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정수기 품질 검사 및 수(水)처리 위생 안전 인증 등 업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의 ‘물 산업 표준화 전문기관’으로 지정받아 물 산업과 관련한 제품 및 기술의 국내외 표준 개발과 보급에도 힘쓴다. 또 물 산업 클러스터 입주 기업의 연구개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성과를 조기에 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세계적 인증기관인 미국 위생재단(NSF)과 정수기 품질 검사 기준을 공동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NSF 및 싱가포르 수자원공사(PUB)와 상호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표준 개발 및 인증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물기술인증원에서 해외 인증을 받을 수 있어 기술 개발 비용을 줄이고 상용화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물 산업 클러스터#수달의 도시#한국물기술인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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