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의혹’ 스가와라 日 경제산업상 결국 사의 표명…아베 “사과드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5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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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주민에게 금품 제공 등 잇단 비리 의혹을 받아 온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57) 일본 경제산업상이 25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달 아베 내각에 발탁돼 경산상에 취임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주도하고 있는 부처다.

스가와라 경산상은 이날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후 9시 경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자신의 문제로 인해 경제 산업 행정, 정부의 (국회) 심의가 멈춰진 것은 내 본의가 아니다. 이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임기 도중에 장관직을 사임하는 것은 괴롭지만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의원직 사퇴까지 생각하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비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었다.

사직서를 수리한 아베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임명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에 대해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후임으로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지방창생담당상을 내정했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스가와라 경산상이 2006~2007년 여름과 겨울 사이 지역구(도쿄 네리마구) 주민들에게 멜론과 명란젓, 게 등을 선물로 돌렸다는 의혹을 잇달아 보도했다. 야당의 추궁에 스가와라 경산상은 “그런(금품을 건넨)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이후 “금품이라는 것이 현금을 의미하는 줄 알고 그렇게 답했다”며 말을 바꿔 논란을 키웠다.

또 그의 비서가 지역 유권자에게 부의금(부당 기부행위)을 건넸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 받고 있었다. 스가와라 경산상의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도 “정치가로서, 장관으로서 (의혹에 대해) 필요한 설명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스가와라 경산상을 불러 집중 추궁할 계획이었다.

한일 외교 소식통들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주도하고 있는 경제산업성의 수장이 비리로 한 달 만에 물러나면서 수출 규제 정책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전임 경산상이었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도 최근 일본 간사이(關西)전력에 금품을 제공한 브로커 측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세코 간사장 측은 교도통신에 “순수한 개인 후원자로부터 받은 기부금이다. 반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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